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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_수련일지

23년 12월 9일

by 힙합느낌 2023.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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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2시간 45분 수련.


"바스락, 바스락."

집사람이 외출 준비하는 소리에 일어났다.

기분이 좋은 아침.

씻는 사이 집사람은 외출했다.
씻고 나와서 옷을 입고 있을 때,
딸랑구가 집사람 전화를 받고선 '아침 차리라'고 했다고 한다.

아침을 차리고 있으니, 집사람이 도착한다.
아이들도 식탁에 앉는다.

아들내미가 딸랑구에게 장난을 건다.
"하지 말라고!" 소리를 빽 지르더니 엎어져 운다.
같은 장난을 쳐도 기분에 따라 극과 극으로 반응이 다른 딸랑구.

집사람은 짜증 섞인 큰소리로 아들내미에게 화를 낸다.
아들내미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입을 삐죽거리며 일어선다.

"ㅇㅇ야, 앉아서 밥 먹자."

아들내미는 말없이 눈물을 흘리며 방으로 들어가 문을 쾅 닫는다.
히스테리 섞인 집사람의 큰소리가 집 전체에 울린다.

순간적으로 '이러면 또 시작된다!!!'고 인지하면서도
단전으로부터 힘을 끌어올려 일갈을 날렸다.
"그만 해!"

딸랑구와 집사람이 눈이 동그래져선 나를 본다.
'남아선호 사상 엔간히 티 내라'며 집사람이 비아냥대기 시작한다.

순간적으로 '가만히 순하게 넘기라'는 내면의 목소리가 들렸음에도,
"적당히 씨불여라, 짜증 폭발 직전이니까."라는 말이 튀어 나간다.

독기를 품은 집사람의 눈.

인성이 되지 않은 자에게 호흡 수련을 시키지 않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애써 모은 정(精)을 이렇게 쓸데없는 곳에 신(神)으로 태우니까.
회사에서나 집에서나 이렇게 버럭버럭하면 기운이 소모되는 것을 미약하게나마 느낀다.

'아... 방금 전까지 좋았는데...'
평화의 시대가 또 갔다.
.
.
아침 먹은 그릇의 설거지를 마친 뒤, 침대에 드러누웠다.
만사가 싫다. 어느덧 밤 11시가 넘었다.

'그래도 수련은 해야지.'


호흡 수련 시작.

빈백 소파에 이불을 덮고 앉았다.
허리를 살짝 뒤로 젖힌 상태인데, 살짝 고개를 숙인다면
정좌로 앉았을 때, 고개를 푹 숙인 것과 같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고개를 거의 세우기도 하면서 이리저리 자세를 잡는다.

턱을 당겼다 밀었다하면서 숨통도 다양하게 느껴본다.

적당한 자세를 잡고, 단전을 바라본다.
호흡이 뻑뻑하다.

몸의 힘을 푼다.
아니, 힘을 푼다기보다 긴장을 푼다.
힘을 풀면 자세마저 무너지니까.


호흡은 몸에 맡긴다.
심장이 뛰듯 미약한 호흡만 오가며 거의 멈춘다.
의식은 단전만 바라본다.


미약한 호흡이 단전에 어떤 느낌을 자아낸다.
오롯이 그 느낌에 집중한다.
그 느낌을 표현하자면
마치, 얇고 하늘하늘한 해파리 같은 형태라고 하면 얼추 맞을 것 같다.

그 하늘하늘한 해파리는 조금만 강하게 호흡해도 찢어질 것만 같다.
그 해파리에서 미약한 열감이 난다.


미약한 호흡을 해파리에게 맞춘다.
해파리가 알맞게 들어맞은 느낌.


호흡이 점점 커진다.
해파리도 점점 커진다.


한참 그렇게 느낌을 즐기고 있으니,
그 호흡에서 가슴과 단전을 오가는 기운 뭉치가 느껴진다.

'아... 호흡을 관하라는 사람들이 코와 단전을 오가는 위치를 느끼라는 게 이건가 보군.'

오르락내리락 오가는 기운 뭉치도 한동안 따라다녀 보다가
다시 단전에 집중한다.


단전에서 느껴지는 그 느낌을 즐긴다.

마치, 어렸을 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흙장난했듯이
바라보거나, 집중한다기보다는 그냥 즐겼다.

그렇게 즐기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났다.
몰입하여 정신이 쏙 빠져도 느낌이 좋고,
이렇게 둥둥 떠 있는 것처럼 즐기고 있어도 느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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