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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_수련일지

23년 12월 8일

by 힙합느낌 2023.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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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3시간 14분 수련.


"아빠, 율곡 이이는 오천 원에 그려진 분이던데..."

"에이, 그분은 퇴계 이황."

"아닌데, 율곡 이이던데..."

"퇴계 이황."

"율곡 이이던데..."

"자! 봐라! 퇴계... 이이?"



요즘은 《황금꽃의 비밀》 책사 한 것을 다시 읽는 중인데,
책사 하면서 내용이 지루하고 졸렸던 구간이 있던 이유를 알았다.

번역체가 심한 구간이었다.
<어머니께서 수레를 미셨다.>를 <어머니에 의해 수레가 밀렸다.>처럼 써놓은 부분들이다.

내가 6년 동안 다듬는다고 다듬었던 책도 저런 식이라 얼추 이해는 간다.
하지만 나는 아마추어시고~



명명학교에 호흡의 느낌에 대해 다음과 같이 물었다.

 


「저는 순하고 자연스럽게 호흡하고자 하면서 단전을 바라보고 있을 때,
 호흡이 원활하다 느낄 땐, 위처럼 세 가지 느낌을 느낍니다.
 1번은 단전 속에서 숨이 차오르고 다시 단전으로 내려가는 느낌,
 2번은 굵고 긴 장대 같은 것이 빡 꽂혀서 시원하게 통하는 느낌,
 3번은 빙판 위에 미끄러지듯이 아주 매끄럽고 얇고 순한 느낌,
 호흡 상태에 따라 이렇게 느낌이 다양한 것이 정상인지 여쭤봅니다.
 3번은 최근 빈백 소파를 이용하면서 느낀 느낌인데,
 이게 정좌랑 자세가 달라서 그렇게 느끼는 것인지
 아리송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느껴지는 게 정상 같습니다.」
이승구 동지께서 답해주셨다.

「아, 다행이네요.
 2번의 느낌이 참 강렬했었는데, 딱 한 번 느껴봤어요.
 마치 눈에 장대 같은 숨결이 보이는 듯한 느낌까지 받았었어요.」

「회장님도 말씀하셨다시피, 오래 하기 위해서 편안한 자세를 잡는 거라서...
 정좌에서 엉덩이에 방석을 받치는 이유도, 다리와 아랫배의 각도가 조금 더 벌어져서,
 호흡하기에 편하기 때문인 거로 알고 있습니다.」

「아~ 저도 엉덩이 높여 앉아서 수련하다가,
 단전 개통되던 날, 무의식적으로 다리를 더 내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 내려서 했는데,
 몸이 알아서 반응했었나 봅니다.」

 



「그렇죠. ㅎ.
  그림에 등허리가 너무 둥글게 되어 있는데...
 전송지도 즉 단전 개통이 되면 아랫배에 기가 차기 때문에 허리도 펴지지요.
 사실 등하고 머리만 좀 수그러집니다. 봉우 큰샘 사진도 그러하듯.」

「아~ 저는 자세가 잘못되는 줄 알고 일부러 더 힘 빼서 둥글게 말았는데 잘못하고 있었나 보네요.」

「ㅎㅎ. 힘을 빼는 것은 맞는데, 너무 힘을 빼면 좀 그렇지요.」


「이렇게 앞으로 쓰러진다는 느낌으로 했었거든요.
 그래도 안 쓰러지고 딱 고정되는 느낌이라,
 마치 위성이 하늘에 떠 있는 게 계속 떨어지는 것이라고 하는 것처럼,
 그런 느낌을 받았었어요.」

이승구 동지께서 사진을 보내주셨다.



책사 하며 수없이 본 사진,
방석에 앉아서 호흡 수련할 때, 저 사진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자세를 잡았었다.

심 동지께서도 정보를 주셨다. (성함을 아직 모른다)
「저도 어느 날 아랫배에서 앞과 위쪽으로 퉁 밀어 올려주며 허리가 펴지던 경험이 신비로웠어요.
 우리 몸은 스스로의 지성이 있다는 명상 서적에서 본 글이 생각났지요. ㅎㅎ인체의 신비ㅎㅎ」

이승구 동지께서 말씀하셨다.
「회장님처럼 나중에 기가 다 차서 임독맥을 다 돌개되면,
 굽어진 것이 펴지고 망가진 것이 고쳐지고.. 그렇게 되지 않겠습니까 ㅎㅎ」

서영랑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맞아요. ㅎ 허리가 꼿꼿하게 서고, 어깨가 쫙 펴지고..
 길이 열릴수록 몸이 활짝 펴지고 열리더군요.」

「아들이 항상 자세가 쭈그렁한데 알려줘야겠습니다.」

「처음은 그런데, 수련해서 단전에 기운이 모이고,
 쌓이면 허리는 자연스레 펴집니다. 기분 좋죠…. ㅎ」

「아 아들의 수련 자세는 아니고, 그냥 평소 자세를 말씀드렸어요. 흐느적흐느적.」



겨울에도 창문을 열고 수련하시는지도 여쭤보았다.

서영랑 선생님께서 답변해 주셨다.
「할 때도 있고 안 할 때도 있어요. 열고 할 땐 이불, 모포로 몸을 보온하고 하지요..
 열이 많은 분들 제외하고 굳이 한기와 싸워가며 수련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요..
 한 정신으로 오래~, 아주 오래~ 하는 게 좋으니까요. ㅎ. 삼반주야 용사만배!
 한나절 정도는 화후로 몸을 보호할 정도면 시도해도 될듯싶은데, 언제나 가능할른지...ㅎ」

최재용 동지께서 질문을 주셨다.
「질문: (2번 자세일 때) 몸이 쭉 빨아들인다는 느낌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알아서 통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냥 들고 나는 느낌.」이라고 답해드렸다.



재운의 씨앗이 도착했다.
운이 좋아지는 구간에 진입하여 기분이 좋아지는 건지,
돈이 생겨 기분이 좋아지는 건지 알 수 없다.

남은 돈으로 가족들과 외식했다.
반주로 한라산 소주도 1병 마셨다.

식사를 마친 뒤, 집사람은 피곤하다며 집으로 먼저 가고,
나는 알딸딸한 상태로 아이들과 함께 작은 공원에 갔다.
그리고 얼마 전 Chat GPT에 물어봤던 내용을 알려주었다.

"얘들아, A의 79대손은 A의 피가 거의 0% 섞였다고 하더라.
 완전 남인 셈이지. 너희는 80대손이니까 더 남이야. 캬캬캬캬."



호흡 수련 시작.

빈백 소파에 이불을 덮고 앉아 고개를 숙인다.
자연스럽게 호흡하고자 하면서 단전을 바라본다.

단전을 오가는 호흡을 보고 있으니,
몰입이 될까 말까, 애매한 경계의 호흡이 왔다.
의식을 살짝 실었는데도 호흡이 탁해진다.
바라보기만 한다면 호흡은 매끄럽다.
하지만 의식이 실려버린다. 야호!

'에이, 뭐 어떠냐, 이거라도 즐기자.'

단전을 오가는 호흡을 느끼고 있으니,
'몇 겹으로 겹친 거름망을 거치는 액체'라고 했던 표현이 틀린 것 같다.
자세히 느껴보니 지릿지릿한 전기 같은 느낌이었다.

단전을 오가는 호흡의 느낌이 마치, '우르륵, 우르륵'하는 젤리 같은 액체라고 생각했는데,
그 '우르륵'이 오늘은 지릿지릿 하는 전기의 느낌이다.
잘 느껴보니, 확실히 전기의 느낌이다.

그러면서 잡념이라는 것이 폭발한다.

'단전으로 내려가는 것이 기(氣)면, 그 기는 전기?'
'폐는 산소를 마시고, 함께 들어온 전자 입자가 내려가고?'
'산에서 수련이 잘되는 이유는 음이온 때문?'
'밤이나 새벽에 수련이 잘되는 이유는 분위기도 분위기지만 음이온 때문?'
'요 며칠 뱃속이 따끔따끔했던 건, 정전기?'
'단전은 배터리?'
'소주천, 대주천 길은 회로?'
'트레이딩 카오스에서 우뇌는 우주와 연결되는 모뎀이라더니, 진짜 물리적으로 모뎀이었어?'
'따지고 보면, 몸이 느끼는 게 다 전기잖아?'
'《황금꽃의 비밀》 삽화가 맞긴 맞나 보네.'


잡념의 하모니가 쓰는 소설을 호흡하면서 나름대로 재미있게 즐겨본다.
난 이렇게 공상하는 것을 좋아한다.

'아아, 그러나 지금은 호흡에 집중하자. 제발~'


잡념이 폭발하는 와중에도 호흡은 순하고 자연스럽게 하고자 한다.
마치, '자동차 운전(호흡)'하면서 '전화하고 담배도 태울 수 있는 것(잡념)'처럼,
호흡은 알아서 굴러간다.
아니, 알아서 굴러가는 걸까?


그렇게 어영부영 호흡에 집중하고 있으니,
왼쪽 옆구리가 씰룩 씰룩거리기도 하고, 살짝 아프기도 하다.
그래도 단전만 바라본다.
어느새 호흡은 매끄러워졌다.
.
.
엉덩이가 뻐근하다.
입술만 축일 정도로 물을 살짝 마시고, 시계를 보니 59분을 지나고 있다.

'집중이 덜 된게지.'

잠시 일어나 몸을 풀고, 엉덩이도 주무른 뒤,
다시 자세를 잡고 앉는다.

호흡에 집중하지만 역시 매끄러운 호흡은 도망간 뒤다.
그리고 조금 전까지와 호흡의 크기가 더 작아졌다. (자세 때문인 건 나중에 알았다)

그래도 단전에 집중해 본다.

아무래도 처음부터 자세를 잘못 잡고 했는지, 목도 뻐근하다.
이렇게 된 바에 '빈백 소파에 제대로 적응할 때까진 시험 삼아 해본다' 생각하고 이것저것 해보자 싶다.

일단 빈백 소파에 머리까지 기댈 정도로 누워서 호흡해 본다.
나름 편하고 호흡도 적절한 느낌인데 등에 열감이나고,
호흡이 거칠어지면 심장 뛰는 게 너무 크게 느껴지면서 '사르륵, 사르륵' 소리도 커진다.
그래도 단전에 집중해 본다.

다시, 허리를 세워서 기대고 고개를 숙여본다.
자세가 잘 잡혔는지 호흡이 원활한 느낌이다.

그대로 호흡에 몰입하니, 눈이 뒤집히는 느낌이 들면서 정신이 아찔하다.
몸은 자고 정신은 깨어있는 상태를 살짝 맛만 보고 실패한다.
그래도 호흡에 집중한다.
날숨을 쉴 때마다, 단전이 뻑뻑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지금 단전에 힘이 들어가는 중?!'

다시 자세를 고쳐 앉는다.
고개를 살짝 세우니 호흡이 굉장히 원활하다.

'아... 맞다, 방석에 앉아서 할 때도 호흡이 시원하게 통하는 자세를 찾으며 했었지!
 왜 그게 이제 생각나냐... 맨날 까먹네.'

하지만 그렇게 헤매는 사이, 시간은 어느덧 3시간이 흘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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