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2시간 23분 수련.
회사 일이 바빴던 오전,
업무를 처리하다 보니 호흡이 잘못 꼬였는지 윗배가 빵빵한 느낌이 든다.
상기되는 것이 아닌가 하여 신경이 쓰였는데, 머리까지 올라가지는 않아 머리가 아프진 않았다.
틈틈이 단전을 바라보며 자연스럽고 순한 호흡을 했는데 크게 효과는 없었다.
점심을 적게 먹고 후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조금은 자연스럽게 해소되었지만,
오후에 업무를 보다 보니 다시 윗배가 빵빵한 느낌이 든다.
마치 뱃속에 공기 덩어리가 위로 계속 올라가려고 압박을 주는 느낌이다.
그렇지만 가스가 차서 헛배가 부른 것과는 조금 다르다.
가끔 이러한 느낌이 들면 신경이 쓰이고 불편하다.
아들내미가 학교에서 상장을 타왔다며 집사람이 카톡을 보내왔다.
통일 관련 포스터를 그려서 장려상을 받았다는데 기특하다.
얼마 전 사직서를 낸 직원이 오늘이 마지막이라며 인사를 왔다.
회사에 앙심이 남아 사용하던 컴퓨터에 비밀번호를 걸어두고
자신의 후임에겐 몇 가지 파일을 전달하지 않고 일찍 퇴근한 모양이다.
사내정치자들은 잔대가리 쓴다면서
인수인계를 안 하면 법적으로 줄 수 있는 불이익을 이야기하며 비웃는다.
마지막 가는 길, 유종의 미라도 거두면 좋으련만 아쉽다.
지금 보니 이 직원은 구설수와 이동수의 운 구간이었던 것 같다.
또한 사내정치자들의 말로가 어떨지도 궁금해진다.
입사했을 땐, 모든 직원이 가족처럼 형제처럼 끈끈한 유대감으로 묶여 있었고
회사에 대한 애사심, 아니, 충성심이 그득하던 시절이 있었건만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지,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더니 정말 그렇다.
또한, 지금 이 지경도 어떤 식으로든 바뀌어 갈 것이니 한 걸음 한 걸음 가는 수밖에.
퇴근하니 집사람은 남아있던 훈제 오리고기를 저녁으로 준비하고 있었다.
어제 자기만 빼놓고 먹었으니 나는 먹지 말라고 한다.
'그래, 그렇게라도 마음을 풀어라. 그렇다고 안 먹을 내가 아니지!'
소주 반 병을 반주로 하여 저녁을 먹은 뒤,
아들내미가 타온 상장 이야기를 시작으로 가족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던 중
집사람이 체스 대회도 있다면서, 체스를 좋아하고 곧잘 하는 아들내미에게 출전을 권했다.
"나 대회에 나갈 정도 아니야..."라는 아들.
그래도 출전에 의의를 두고 나가보라며 집사람과 함께 종용했다.
몇 번 같은 대화를 반복하니
아들내미가 "나 대회에 나갈 정도 아니야!"하고 정색하며 방으로 들어간다.
순간, 너무 버릇없어 보여 마음이 상했다.
살짝 술기운이 돌아 잠깐 누워 졸았다가
온몸이 후끈하며 땀이 흥건한 느낌이 들기에 일어났다.
빨래를 개고 잡다한 집안일을 하는데 딸랑구가 말장난을 건넨다.
언제 나왔는지 아들내미도 옆에 있다가 "그래~ 아빠~" 하는데
순간적으로 "너는 조용히 해 시키야."라며 정색하는 말이 튀어나왔다.
속으로 '아차...' 하는데, 아들내미는 조용히 일어나 자기 방으로 들어간다.
재활용을 버린 후 담배를 태우며,
내 속의 괴물을 다스리지 못 함을 자책하면서 사과를 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그렇지.. 아들내미가 누굴 닮았겠나.'
씻은 후 아들내미의 피부약을 발라주면서 사과를 건넸다.
아들내미는 "너는 조용히 해 시키야."라는 말은 전혀 기분 나쁘지 않았으나
체스 대회 출전을 계속 종용한 것이 기분 나빴다며 찔찔 짠다.
'음...'
다사다난 한 하루를 마무리 후 호흡 수련 시작.
가습기를 틀고, 반가부좌로 허리를 곧게 펴고 앉아,
활 쏘는 듯한 자세로 몸을 살짝 푼 뒤, 어깨에 힘을 빼면서 등을 살짝 구부린다.
그리고 단전을 바라보며, 순하고 자연스러운 호흡을 하고자 마음먹었으나,
호흡은 윗 배에서 맴돌며 단전까지 닿지 않는다.
내려갔다가 다시 위로 올라오는 것이 마치, 소용돌이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예전 같으면 억지로 힘을 주어 호흡이 닿도록 밀었겠지만,
명명학교에서 배운 가르침대로, 더욱 순하고 자연스러운 호흡을 하고자 했다.
썩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기에 호흡을 더 느긋하고 약하게 한다.
그러자 미약하지만 서서히 내려가는 호흡이 느껴지고,
시간이 흐르자, 단전으로 내려가는 호흡은 점점 굵어진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트림이 나왔다.
그러자 뱃속이 정리되는 느낌이 들면서, 그제야 호흡은 원활해진다.
단전을 오가는 굵은 호흡에 집중하다 보니 좀 더 큰 흐름, 큰 느낌이 들면서
단전으로 바이올린을 켜는 게 아니라, 첼로를 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한 동안 몸이 하는 호흡을 지켜보는데 단전이 확장 수축하는 느낌이 든다.
그 느낌은 마치 애벌레가 기어가는 속도로 단전이 늘어났다 줄어드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단전을 오가는 호흡은 큰 물기둥이 솟았다가 내려앉는 느낌,
물기둥이라기보다는, 큰 용 한 마리가 단전을 꿰뚫으며 오르락내리락하는 느낌이었다.
그 느낌이 워낙 시원스럽기에, 귀에서 폭포 소리마저 "콰콰콰콰"하고 나는 것만 같다.
그 느낌에 몰입하다 보니, 애벌레처럼 확장 수축 하던 단전의 파동이 일순간 잦아들면서
단전을 꿰뚫던 용도 장어가 된 것처럼 줄어들고,
단전은 한 점에 고정되듯, 그 움직임이 고요해졌다.
그리고 봄바람 같은 호흡이 그 고요함 속으로 흘러들었다.
몸은 자는 것 같지 않고, 정신도 말짱했다.
다리가 저려오기에 잠시간 쉬며 시계를 보니 50분 흘렀다.
다리가 풀리자마자 다시 호흡 수련 시작.
이번에는 단전을 오가는 호흡을 바라보며,
들 숨을 들이쉬며 현재에 머물고, 날 숨을 내뱉으며 단전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는 느낌으로 집중한다.
꿈결 같은 느낌이 얇게 한 장, 한 장 쌓이면서
몸이 점점 빨려 들어가고, 등도 굽는 것이 느껴지며, 눈꺼풀도 점점 감겨간다.
입 가엔 침이 맺히는 것도 느껴진다.
이내 몸은 자고, 정신은 말짱한 상태가 됐다.
힘이 너무 빠졌는지, 너무 등이 굽은 느낌이지만 호흡이 오가는 느낌은 나쁘지 않다.
그 상태로 호흡에 몰입한다.
눈꺼풀을 뜨고자 하면 몰입이 깨지는 느낌이라 그냥 감긴 상태를 유지한다.
호흡이 즐겁다.
이 순간이 즐겁다.
과일칼 길이 같던 호흡을, 회칼 길이 정도로 늘려본다.
그러자 몸이 '평소 호흡'에서 '심호흡'하듯이 숨을 쉰다.
아주 자연스럽고 순하다는 느낌이 들어 만족스럽다.
단전에는 열기도 켜켜이 쌓이는 느낌이다.
아니, 열기라기 보단, 뜨거운 액체가 들어차는 느낌이라고 할까.
잘 느껴보니, 단전이 개통됐을 때 뜨겁던 그 느낌이 약하게 느껴지는 느낌이다.
그렇게 몰입해 있는데, 일순간 재채기를 하면서 팡 깨졌다.
가습기 때문인지, 베란다 창문을 열어둬서 인지
몸도 순간 으슬하다.
시간을 보니 1시간이 더 흘러 있다.
다리를 바꿔 반가부좌를 하고 앉아, 다시 호흡에 집중.
들 숨을 들이쉬며 현재에 머물고, 날 숨을 내뱉으며 단전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이번에는 허리가 너무 굽지 않도록 하면서 집중했다.
이내, 몸은 자고 정신도 말짱하지만 허리는 너무 굽지 않은 상태가 됐다.
회칼 길이로 호흡을 하다가 장칼 길이로 호흡을 늘려본다.
호흡은 쑥쑥 들어간다.
많이 들이마시는데도 불편하지 않다.
자연스럽게 내뱉고 이번에는 최대한 들이마셔본다.
'쑥쑥 들어간다, 근데 어디까지 들어가는겨!?'
다시 자연스럽게 내뱉고, 회칼 길이로 호흡하며 몰입한다.
호흡 길이가 길어지니 왼쪽 옆구리까지 오가는 호흡이 확실하게 느껴진다.
오늘 호흡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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