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시간 52분 수련.
며칠 전, 아버지께서 식사를 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약속을 잡은 날이다.
가까운 곳에서 살면서 자주 찾아뵙지 못해 늘 마음 한편이 무겁다.
집사람은 아르바이트를 했던 곳에서 도와줄 수 있겠느냐고 하여 일하러 갔다.
일을 썩 잘하는지, 집사람은 일했던 곳에서 다시 찾는 연락이 종종 온다.
약속 시간에 맞춰 아이들을 데리고 부모님 댁에 들렀다.
어머님께서는 약속이 있으시다고 하여,
아버지와 아이들과 함께 대ㅇ오리로 향했다.
부모님 댁에서 대ㅇ오리로 가는 길은
어렸을 때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남은 곳이라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
노랗고 빨갛게 물든 가로수 사이로
아버지, 아이들과 함께 손 잡고 그 길을 걸으니 마음이 일렁인다.
도중에 주유소를 지나치는 데
얼마 전 아버지께서 셀프 주유가 어렵다고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아버지와 같이 주유기에 가서 직접 해보시도록 알려드리면서
너무 어렵게 생각하셔서 그렇지, 안내가 나오는대로만 차근차근하시면
크게 어려울 것 없으시다고 전해드렸다.
식당에 도착하니 이미 사람들이 속속 모이고 있다.
오리 로스구이라 아이들 입 맛에 맞을까 걱정했으나
다행히도 잘 먹는다.
열심히 굽다보니 양이 부족할 것 같아 양파, 부추를 때려 넣고
아버지와 아이들에겐 고기를 건져주고
나는 양파, 부추를 열심히 먹었다.
다먹고서 아버지께서는 계산하라며 카드를 주시고 잠시 화장실을 가셨다.
은퇴 후 소일거리 하시며 생활하시는 아버지께 얻어먹기에는 마음이 불편하다.
남아 있는 용돈으로 결제를 할 수 있기에 계산 한 뒤
돌아오신 아버지께는 덕분에 잘 먹었다며 카드를 건네드렸다.
다시 아버지, 아이들과 함께 손잡고 걸어오는 길에 토끼풀 자라는 곳이 보인다.
일전에 안성 ㅇ 랜드에서 다섯 잎 클로버를 찾아 딸랑구에게 줬더니
한 잎을 떼어 네 잎클로버로 만들었던 일화를 전하는 사이
딸랑구가 여섯 잎 클로버를 찾았다!
굉장히 신기하다며 흥분하면서 사진을 찍고 떠들썩해하는 데
아들내미가 자세히 들여다 보면서
"이거 두 장이 겹친 것 같은데." 하면서 예리하게 짚어낸다.
이럴 땐 분위기 깨지말고 눈치 챙기라고 조용히 일러주었다.
아버지와 헤어진 후
집사람이 아르바이트하는 곳 근처에서 시간을 보내다 같이 귀가할까 했으나
아이들은 서둘러 집에 가서 오락하고 싶은 모양이다.
소소한 집안 일을 정리하고 쉬다 보니 집사람이 왔다.
"나 빼고 얻어 먹으니 좋냐?"며 핀잔을 주기에
"내가 샀는데?"하고 반사적으로 대답하니 집사람 눈빛이 바뀐다.
자기는 생활비가 부족해서 일하러 갔는데 돈 썼다는 이야기가 하고 싶냐고 한다.
'아차... 눈치는 내가 챙겨야 하는 거네.'
집사람은 못챙길 것 같으면 아예 연락을 하지 않는 부류라
가까이 사는 부모님과도 연락이 뜸해지고 자주 찾아뵙지 않게 됐다.
나라도 찾아뵈면 되겠지만 어영부영하다 보니 시간만 간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호흡 수련을 하고자 앉았는데, 건조기가 완료 되었다는 신호를 보낸다.
그대도 두면 집안 일도 안 돌보고 앉아있는다고 한 소리 나올 것이 보이기에 냉큼 일어나 빨래를 갠다.
드디어 모든 것을 마무리하고 호흡 수련 시작.
어제 수련이 길고 좋았기에 오늘도 기대를 하고 있었다.
반가부좌로 허리를 곧게 펴고 앉아 어깨에 힘을 빼면서 자연스럽게 등도 구부린다.
자연스러운 호흡을 하면서 단전을 바라본다.
단전으로 들어가는 호흡이 뻑뻑하다.
자세가 맞지 않아 그런가 싶어 허리를 곧추세우며 자세를 가다듬는다.
그래도 호흡이 뻑뻑하다. 호흡을 초수로 재면 2초도 될까 말까 할 정도로 호흡 중이다.
자연스럽고 순한 호흡을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단전을 오가는 호흡을 바라본다.
그 호흡에서 옅은 열기가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날 숨에 집중하여 꿈결 같은 느낌을 쌓아보고자 했으나 시야가 살짝 어두워지는 느낌이 들뿐이다.
그것을 인지하자 들 숨 때 시야가 밝아지고, 날 숨 때 시야가 어두워지는 것을 느낀다.
시간이 지나자 단전을 오가는 호흡은
마치, 스펀지로 채워진 관에 압력(호흡)으로 물을 오가게 하는 느낌이 든다.
'호흡을 억지로 하는 건가?'
혹여나 힘이 들어간 호흡을 할 까봐 힘이 들어가는 것을 경계하지만 힘이 들어간 것 같지는 않다.
호흡을 하는 중 왼쪽 옆구리가 아프고 "뿌룩, 쀼익" 소리가 난다.
꿈결 같은 느낌도 오지 않고, 꾸벅 벌떡도 하지 않고, 정신이 멀쩡하다.
호흡을 할수록 더 또렷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다 목이 건조한지 기침을 하는 순간, 아랫배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경계했다.
왠지 기침을 하면서 아랫배에 힘을 주면 안 될 것 같았다.
호흡이 잘 되지 않을까 봐 미리 꺼둔 가습기를 틀었다.
가습기가 호흡을 뻑뻑하게 하는 원인이 아닐지도 모르고,
또 원인이 맞다고 해도 건조해 기침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다.
다시금 호흡에 집중하는 데 눈 감김을 인지했다.
평소 느끼는 눈 감김과 다르게 정신이 멀쩡한 상태에서 눈 감기는 순간을 인지했다.
집중이 흐트러지는 것 같아, 구태여 눈을 뜨진 않고 호흡을 이어간다.
그러다 어느 순간 졸았던 모양이다.
윗 집에서 무엇을 떨어뜨렸는지 "쿵"하는 소음이 나면서 정신이 번쩍하고 머릿속에 맑게 퍼지는 느낌이 났다.
그 느낌이 마치 참선할 때 죽비로 얻어맞는 느낌이 아닐까 연상이 됐다.(안 맞아봐서 정확히 모르겠다)
멀쩡해진 정신으로 다시 호흡에 집중하니
단전으로 들어가는 호흡량이 많아졌다?!
하지만 이내 금방 다시 뻑뻑해진다.
'졸면서 호흡에 집중을 하지 못해서 그런가?' 싶기도 하다.
그렇게 애쓰다 보니 잡념이 스멀스멀 솟는다.
그러다 꾸벅하면서 몸이 왼쪽으로 휘청하고, 벌떡 정신을 차린다.
'오늘 호흡 쉽지 않다.'
단전은 가득 찬 느낌으로 꾸역꾸역 호흡을 쑤셔 넣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단전이 개통될 때처럼, 막힌 하수구를 뚫는다는 느낌으로 억지로 하지는 않는다.
순하고 자연스러운 호흡을 하는데 애를 쓰고 있다.
그러면서 꾸벅 벌떡 하길 몇 차례.
난데없이 남성이 가렵다.
긁고 다시 호흡 자세를 잡으며 '왜 하필 그곳이 가려웠나?' 생각해 보니
맞잡은 두 손이 그곳 위에 얹혀 있었다. 아마도 눌려있었던 것 같다.
잠시간 호흡을 하자 이번엔 코가 가렵다. 역시 시원하게 긁어버린다.
'아~ 오늘 쉽지 않아~'
계속해서 꾸벅-벌떡-말짱(정신집중) 하다가
어느 순간, 온몸에 소름이 확 돋는다.
그 순간 머릿속은 '뭐지?' 싶어 물음표로 가득 찬다.
소름은 온몸을 한 두 바퀴 휘감더니 머리, 정확히는 정수리 쪽으로 몰려간다.
호흡 수련을 애쓰며 버틴다는 생각이 들자 오늘은 적당히 마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수련을 마치려 일어서려는 순간, 오른쪽 손이 무의식적으로 정수리로 올라가 긁는다.
'잘 씻었는데 가렵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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