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2시간 21분 수련.
회사 사람이 사직서를 냈다.
올해 들어 벌써 4명째.
오래 근무한 사람의 상당수가 퇴사했다.
마치 독재자가 정적들을 몰아내는 것 마냥, 사내정치자들이 거슬려하던 사람들이 하나하나 사라져 간다.
이제 남은 건 사내정치자들에게 아부하는 사람들, 나처럼 도 닦는 사람들, 이제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은 애기들.
호흡 수련할 때 배부른 느낌이 싫어서 점심부터 적게 먹었다.
회사에 있으니 신경을 써서 그런지 소화가 안되어 헛 배가 불러오는 것 같다.
퇴근 후 저녁도 적게 먹는다고 먹었으나 배가 터질 것 같다.
약간의 정신적, 육체적 피로감이 느껴지기에
씻는 일만 남겨두고, 안 하면 집사람에게 잔소리 들을 만한 일은 모두 해치운 뒤
30분~1시간 정도 잠을 잘 요량으로 잠시 누웠다.
깜빡 졸은 것 같은데 집사람이 씻고 자라고 타박이다.
씻고 일과를 모두 마무리 한 뒤, 호흡 수련을 하고자 앉았다.
살짝 건조한 것 같아 가습기를 튼다.
반가부좌를 하고, '나는 축~ 늘어진 해파리다'라고 생각하며 힘을 뺀다.
단전을 바라보며 자연스럽고 순한 호흡을 하고자 했으나, 왠지 아랫배가 땡땡하게 힘이 들어간 것처럼 느껴진다.
'나는 축~ 늘어진 해파리라니까...'라며 다시 자연스럽고 순한 호흡을 하고자 했으나 개선될 여지가 없다.
자세 때문인 것 같아 양반다리로 앉아 허리를 곧추세운다.
조금 나아졌으나, 그래도 배가 접힌 느낌이 들어 불편하다.
잠옷 허리밴드를 엉덩이에 걸쳐질 정도로 내리고, 배의 힘을 최대한 푼다.
단전 통로는 풀무 구멍처럼 좁고 작은 느낌이 난다.
아랫배를 왼쪽 손바닥으로 슥삭 슥삭 비벼본다.
어디서 주워 본 도인법들이 손바닥을 비벼 열을 낸 뒤 갖다 대거나,
손바닥으로 비벼 열을 내거나 하는 것을 본 것 같아서 대충 흉내 내어본다.
의외로 살짝 효과가 있는 것 같지만 부족하다.
일어나 몸을 살짝 푼 뒤, 벽을 등지고 양반다리로 앉는다.
호흡에 집중하고자 애써보지만 쉽게 집중되지 않는다.
맞잡은 두 손을 배꼽 아래에 두었으나, 뭔가 무거운 느낌이 들면서 불편하기에 무릎을 감싸 잡는다.
'오늘도 애쓰는구나...'
양반다리로 앉아서 인지 단전을 드나드는 호흡의 맛이 영 떨어진다.
반가부좌로 바꿔 앉고, 다시 자연스럽고 순한 호흡을 하기 위해 애써본다.
땀은 슬슬 나는데, 아까 깜빡 졸았던 덕인지, 눈 감김이 인지되거나 졸음이 오지 않는다.
아무래도 가습기가 거슬린다.
가습기를 끄러 일어난 김에, 벽이 아닌 원래 자리에 반가부좌로 다시 앉는다.
몸이 알아서 호흡하도록 두면서 단전을 바라본다.
왠지 들숨이 짧고 날숨이 긴 것 같다.
호흡에 힘이 들어가서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허리를 곧추세우기도 하고, 굽혀보기도 하며 자세를 고쳐 잡으면서 호흡이 원활한 자세를 찾는다.
그러다 호흡이 원활한 자세를 찾았다.
그 순간 "몰입"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그래, 호흡에 몰입해 보자.'
오가는 호흡에 집중한다.
그러면서 단전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단전을 향해 바람을 불어대는 느낌에서, 점점 단전으로 호흡하는 느낌으로 바뀐다.
처음에는 단전 부위가 땡땡한 느낌이 들어 힘이 들어가는 것은 아닌가 하며 신경이 쓰인다.
호흡은 순하고 자연스럽게 하고자 노력한다.
땡땡하던 단전 부위가 풀리고, 호흡이 통하는 통로가 굵어진 기분이 든다.
다시 "몰입"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단전을 드나드는 호흡에 몰입한다는 느낌으로 집중한다.
순하고 자연스러운 호흡이 단전을 오가는 것이 느껴진다.
그 호흡에 집중하다 보니, 특히 날숨 때 집중이 강해지는 느낌이 든다.
지금까지 경험으로는 날숨 때 집중하면
뭔가에 빠져들어가는 느낌이나, 집중이 강해지는 느낌 등, 어떤 효과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집중하다 보니
그저께의 '몸은 자고 정신은 깨어있는 상태'가 왔다!
'오매~ 노들어왔으니까 물 젓자!'
눈은 알아서 반쯤 감겼고, 입가엔 침이 맺히는 느낌.
호흡은 자는 듯한 호흡이 알아서 오간다.
순하고 자연스럽고 일정한 굵기의 호흡을 하도록 신경 쓰면서, 단전을 바라본다.
단전을 오가는 호흡의 느낌이 좋다.
약간 더 길게 호흡을 늘려본다.
쑥쑥 들어오는 호흡에 왼쪽 옆구리가 아프다.
한참 맛있게 호흡하고 있는데 다리, 정확히는 오른쪽 고관절이 아프다.
'아~ 몰라, 지금 이 느낌 놓칠 수 없어!' 하면서 오른쪽 고관절이 아프다고만 느끼고 호흡을 계속한다.
그러다 안 되겠기에 자세를 풀고 시계를 보니 1시간 30분 지났다.
컴퓨터 의자에 앉아 호흡을 이어가 본다.
바닥에 앉아서 할 때와는 다른 느낌.
호흡을 하는 중에 '단전을 칼로 벤다'라고 했던 느낌이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은 느낌을 느꼈다.
그렇게 집중하다가 잡념이 살짝 들면서 눈 감김을 인지했다.
잡념이 수마를 몰고 오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다리도 풀렸기에, 다시 반가부좌로 앉아 호흡을 이어간다.
한 번 찾아온 잡념이 슬슬 다른 친구들을 불러온다.
그때마다 꾸벅하려는 찰나를 느끼고, 그 찰나에 다시 호흡으로 집중하여 정신을 깨운다.
'오호~ 많이 발전했다'
하지만 이내,
이혼하겠다며 고민하는 친구, 회사 일 등등이 떠오르면서 잡념이 폭발.
오늘의 수련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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