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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_수련일지

23년 10월 31일

by 힙합느낌 2023.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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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시간 26분 수련.
 
 
'꽃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가끔 부처님과 마하가섭 이야기가 떠오른다.
재활용을 버리고 담배를 태우는 데 난데없이 떠올랐다.
 
소소한 하루.
회의를 하고 있을 때, 회사를 그만두셨던 분께 연락이 왔다.
나중에 연락 드리겠노라 메시지를 남기고 회의를 마친 뒤 연락을 한다.
 
'재물복'
이 분을 대표하는 단어다.
몇 년 전, 아들내미를 빌어주시는 수양어머니께 소개하니
"아범아! 이 양반에게 꼭 붙어있어라! 이 양반은 재물복이다!"라고 하신다.
 
"예? 재복이요?"
"재물복!"
"재물복이 뭔데요?"
"재복은 아범처럼 왔다갔다 하는 거고 재물복은 쌓이기만 하는 거야! 이 양반은 말년에 돈만 세고 있다!"
 
좋은 분이지만 접점이 잘 맞지 않는다.
그리고 나도 돈 때문에 붙어사는 놈은 아니다.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실 때 제대로 인사를 못했었다.
 
최근에 바쁜 일들이 끝났으니 한 잔 하게 날짜를 잡아보자고 하신다.
안 그래도 여름부터 한 잔 하자고 하는 회사 후배 동료도 있었는데 잘 되었다.
여름이 벌써 가을을 넘기고 있는데, 이 후배도 접점이 잘 맞지 않는다.
그리고 이 분은 이 후배 동료의 부서장이셨다.
 
퇴근하니 집사람은 툴툴대며 김치찌개를 끓이고 있었다.
어떤 일인가 묻자, 아들내미가 친구와 논다며 늦는다고 했다고 한다.
 
숫기가 적고, 내색을 잘하지 않으며 어물쩍거리는 아들내미.
먼 곳으로 진학해 친구가 생기고, 어느덧 논다며 늦는다니 만감이 교차한다.
 
어제 먹다 남은 소주 반 병을 반주로 저녁을 먹고
빨래를 개고, 소소한 집안 일을 마친다.
아들이 7시까지 돌아오기로 했으나 귀가하지 않자, 집사람은 걱정도 되지 않냐며 빨리 전화를 하란다.
 
옥죄는 엄마, 흐물거리는 아들.
갈등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물론, 나도 흐물흐물~
 
재활용을 버리고 담배를 태우는 데
난데없이 '꽃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가 떠오른다.
난 무엇을 보고 있나.
 
갈증이 난다.
호흡 수련에 대한 갈증.
 
어제 수련이 좋았기에 내심 안달 나는 것 같다.
일과를 마치고 호흡 수련에 들어서려는 찰나,
아들내미가 숙제를 해야한다며 출력할 것을 부탁한다.
 
겨우겨우 갈무리한 그림을 아들내미가 톡으로 보냈지만,
내 안의 완벽주의자가 이를 용납하지 못한다.
제대로 갈무리해서 포토샵으로 편집하고 깔끔하게 마무리하니 1시간이 흘러있다.
 
'아이고 아까워라...'
흘러간 1시간은 마치 아이스크림을 먹으려다 알맹이가 바닥에 떨어진 느낌이다.
 
집사람은 아들내미에게 "이런 일은 빨리빨리 얘기를 해야지, 잘 때가 다돼서 얘기하면 어쩌냐"라고 훈계를 한다.
문을 닫고 호흡 수련하고자 앉았는데, 계속 들린다.
 
 
오늘의 호흡 수련 시작.
 
반가부좌로 앉아 활쏘는 듯한 자세로 몸을 좀 푼 뒤
허리를 곧추세웠다가 어깨에 힘을 풀며 등을 살짝 구부린다.
 
자연스러운 호흡을 하며 단전을 바라보지만,
호흡이 단전까지 닿지 않고 뱃속을 맴도는 느낌이다.(단전에 닿긴 닿는데 원활하지 않다.)
호흡 수련에 대한 갈증, 그마저 뜻하지 않은 일로 늦춰지자
나도 모르게 급해진 것 같다.
왼쪽 옆구리의 공간은 마치, 빨리 호흡을 넣어달라고 보채는 느낌이다.
 
호흡 속도를 늦추며 자연스럽게 호흡하고자 애써본다.
한 동안 단전까지 닿지 않다가, 겨우 닿는 느낌이다.
그렇게 애쓰는 사이, 단전 부위가 땡땡해지는 것을 느낀다.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는 것 같다.
 
'자연스럽게 호흡해보자.'
'순하게 호흡해 보자.'
'천천히 호흡해 보자.'
'급할 거 없잖아.'
.
.
.
'에잇! 나도 몰라! 숨이나 쉬어!'
 
한 동안 호흡에 신경 쓰며 애써보지만, 수월치 않자
그냥 홀랑 놓아버린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음을 인지한다.
놓아버린 그때부터 갑자기 호흡에 몰입되어 빠져들었다.
단전을 오가는 호흡이 느껴진다.
땡땡하던 느낌은 사라지고 원활히 호흡이 오간다.
왼쪽옆구리로 갈 만큼 긴 호흡은 아니다.
 
호흡 길이를 조금 늘려보고자 했으나,
자연스럽지 않고 인위적인 호흡을 한다는 느낌이 강해지기에 그만둔다.
 
'오늘은 되는 대로 하자.'
 
꿈결 같은 느낌 속에서 정신은 말짱하다.
호흡은 짧게 오간다.
 
그렇게 몰입해 간다고 생각하는 찰나,
꾸벅.
 
잠시 몸을 풀고,
발을 바꿔 반가부좌로 앉은 뒤, 호흡에 집중한다.
 
금세 다시 꿈결 같은 느낌 속에 빠졌다.
단전을 바라보는데 그 느낌이 마치 진공상태 같은 느낌이다.
정확히는 단전까지 가는 통로가 진공상태가 된 느낌이다.
호흡을 불어넣으니 자연스럽게 오간다.
 
그렇게 집중하는데, 갑자기 머리가 제자리에 멈춘 듯한 느낌이 든다.
머리 위에서 내리누르는 것 같은 느낌인 것 같기도 하다.
글자로 표현하면 "땡"하다. 맞는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아, 일지로 옮겨 쓰다 보니, 그 느낌은 약하게 가위눌리는 느낌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이거 또 왜 이러냐.'
 
오늘 호흡 수련은 뭔가 허우적 댄 것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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