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 밤 1시간 18분 수련.
이종은 동지께서 '허벅지 내전근이 원활해야 호흡이 깊어진다'라고 하셨는데,
일단은 기마자세를 하기로 한다.
고등학교 시절 우슈 도장에 다닐 땐 기마자세를 1시간 넘게 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10초를 버티면 다리가 후들후들 거린다.
년차를 내고 전일 회식의 숙취에서 해롱거린다.
그래도 정신 차리고 청소하고 빨래를 갠 뒤, 재활용을 버리고 담배를 한 대 태운다.
오후 3시, 하늘엔 해와 달이 같이 떠있다.
아들내미를 위해 빌어주시는 수양어머니가 동지라고 문자 보낸 것이 떠올랐다.
갈까 말까 생각하다가 차에 시동을 걸었다.
오랜만에 수양어머니를 뵙고 팥죽을 얻어먹었다.
다사다난 한 올 한 해 잘 버티었노라며 격려를 해 주신다.
'지금은 특별히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새삼 다시 생각하니 속에서 천불이 났던 때도 종종 있었네.'
특히 막내 사원이 땡강 부린 일을 말씀드리지 않았음에도,
아랫사람을 품는 마음이 커졌다고 하시며 그 일을 은연중 말씀하신다.
'그렇다면 다행이다.'
집에 도착하여 집사람을 기다리는 중,
회사 동료 사원이 점을 보러 같이 가지 않겠느냐고 한다.
'뭐, 나쁠 건 없지.'
안 그래도 도반, 단체, 스승 찾으라고 알려주신 분께 물어보자면 물어볼 만한 것이 생겼으니까.
호흡 수련 시작.
벽에 매트를 깔아 빈백 소파를 붙여, 이불을 덮고 자리를 잡는다.
자연스럽고 순한 호흡을 하고자 하며 단전을 바라본다.
뱃 속이 비었는지 호흡이 쑥쑥 들어간다.
호흡을 크게 해도 심장이 뛰는 것이 느껴지지 않는다.
뱃속에서는 '쀼익, 뿍' 하는 공기 방울 소리가 이어진다.
보일러가 꺼졌는지 어깨가 으슬하다.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려 덮고 호흡이 이어간다.
그렇게 자세를 잡으니 뭔가 갑갑하고 억눌린 듯하다.
이불을 다시 허리춤으로 내리고 호흡을 하면 호흡은 원활하나,
또다시 어깨가 으슬하다.
다시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려 덮고 호흡을 하면,
갑갑하고 억눌린 듯하여 호흡이 불편하고, 몸이 뭔가 거부하는 느낌이 든다.
오금이 저린 느낌이랄까, 뭔가 속박되어 자유롭지 못한 느낌이랄까.
한마디로 갑. 갑. 함.
서영랑 선생님께서 갑갑증이라고 표현하시는 것은
진도가 수월하지 않아 갑갑하다는 뜻이라고 하셨지만,
난 정말 갑갑한 느낌을 말한다.
갑갑함을 참지 못하고 수련을 마친다.
'구_수련일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23년 12월 24일 (1) | 2023.12.25 |
---|---|
23년 12월 23일 (1) | 2023.12.24 |
23년 12월 21일 (0) | 2023.12.22 |
23년 12월 20일 (1) | 2023.12.21 |
23년 12월 19일 (1) | 2023.1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