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3시간 33분 수련.
회사에 출근하니 막내 사원이 "잠 못 주무셨어요?"하고 묻는다.
어제 호흡수련하다 제대로 잠을 못 잔 게 이마빡에 쓰여있는 모양인데,
'졸리고 피곤해 죽겠다'는 느낌은 없다.
사우회에서 크리스마스 케이크가 나왔다.
새삼 생각해보니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았구나.
올해도 빠르게 지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아이들이 또 한 학년 진학한다니 참 빠르다.
집사람은 내년에 중학교 2학년이 되는 아들내미에게 앞으로의 진로를 닦달한다.
이번 생을 처음 살아보는 아이에게 진로를 정해서 공부할 길을 찾으라고 하니
아들내미는 오거리, 육거리 길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인 기분이 아닐까?
오늘 읽은 《선도공부》에서 봉우 할아버지께서도
단가호흡 공부는 길나래비(길안내자)가 필요하다고 하셨는데,
그 부분을 읽고 명명학교의 도반, 스승분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러니 그것이 호흡수련뿐이겠는가.
나 또한 아들내미 나이에 그런 고민을 해봤기 때문에
20대 초에 읽고 보관하던 《부자아빠 가난한아빠》 책을 읽어보라고 주었다.
그 책을 읽고, 직접 로버트 기요사키 강연도 보면서 느낀 바가 있었기 때문인데,
아마도 내 인생의 한 갈피는 그 책이 잡아주지 않았나 싶다.
물론, 책을 본다고 아들내미가 답을 내릴 순 없겠지만,
어느 정도 갈피를 잡을 수 있다면 아들내미와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더 생길 것 같다.
일과를 마치고 아들내미 방의 가습기의 물을 채워주러 들어가 보니
《부자아빠 가난한아빠》를 읽었는지 책 앞날개로 책갈피를 해놨다.
'기특한 녀석'
재활용을 버리러 나갔다 오는데 왼쪽 옆구리에 느낌이 있다.
오늘 호흡수련이 살짝 기대된다.
호흡 수련 시작.
매트를 깔고 빈백 소파를 벽 쪽에 붙여, 이불을 덮고 자세를 잡았다.
앉은 뒤 10분내에는 호흡이 원활한 자세를 잡고자 한다.
자연스럽고 순한 호흡을 하고자 하면서 단전을 바라본다.
빈백 소파에 앉으면 등을 살짝 기대는 형국이라서 그런지,
숨이 들고 날 때, 특히 날숨에서 느꼈던 쌓이는 꿈결 같은 느낌이 오지 않는다.
기도방석에서 수레바퀴같은 자세로 앉았을 때만 느낄 수 있는 몰입감인가?
봉우 할아버지 영상보면 앉아서 하든, 누워서 하든, 편한 자세로 하면 된다고 했는데,
아직 빈백 소파에서 적응이 덜 되어서 그렇다고 자위해 본다.
단전을 오가는 호흡이 순해지는 과정을 바라보고 있다보니,
처음엔 느껴지던 단전이 어느 순간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길 몇 번 반복한다.
뱃속에서는 '쀽, 쀼익' 같은 공기 방울 소리가 자주 난다.
오늘 호흡은 1.5초-1.5초 보다는 긴 느낌이 들었다.
길이가 얼마나 되는지 가늠해보니 3초-3초 정도 되는 것 같다.
홍ㅇ학당 때문에 똑딱 거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했기에
길이를 가늠해보고자 하면 머릿속에서 그놈의 똑딱 소리를 재생할 수 있다.
개똥도 약에는 쓰이는 모양.
편하고 순한 호흡이 오간다.
3초-3초 보다 더 들이마시고 내뱉어봐도 순하다.
그러나 이내 몸이 하는 대로 둔다.
왼쪽 옆구리에 아픈 느낌이 좀 있었지만, 그저께처럼 지속되진 않았다.
명치와 단전 사이가 살짝 답답한 느낌도 났지만 지속되진 않았다.
호흡을 하다보니 단전 부위가 땡땡해진다.
최대한 힘을 빼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는 것인지 주의를 기울인다.
그렇게 집중하다보니 몸은 자고 정신은 말짱한 느낌이 든다.
이내 입 쪽에 침이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에 손으로 만져봤으나 침은 없었다.
'상상임신 같은 건가.'
잡념이 오가는 것이 느껴지고 한 동안 그 속에서 헤맨다.
그때 문득, 서영랑 선생님의 '일호일흡에 집중'이라는 문구가 떠오른다.
'일호일흡에 집중!'
들이마시는 호흡을 집중해서 바라보고,
나가는 호흡을 집중해서 바라본다.
오가는 잡념 속에서 호흡에 좀 더 수월하게 집중할 수 있다.
잡념은 계속 오가지만 강하지 않다.
'일호에 집중! 일흡에 집중!'
그렇게 몰입하다보니 발 뒤꿈치가 불편해지기 시작한다.
이불을 덮으면서 발 뒤꿈치에도 이불이 깔리도록 했지만,
바닥에 닿는 부분에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모양이다.
마침 바로 옆에 기도방석이 있기에 가져다 놓고 발을 올린다.
'오호~ 꽤 편하구만?'
빈백 소파만 있는 사람은 베개 같은 것을 놓아도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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