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2시간 1분 수련.
집사람이 알바를 하는 날.
아이들과 저녁을 먹고 일과를 정리한 뒤
소파에 앉아 쉬면서 단전에 드나드는 호흡을 인지하니 평소와 다르게 원활하게 잘 오가는 느낌이었다.
왠지 공기 통로가 커진 느낌.
오늘의 호흡 수련이 기다려질 정도였다.
호흡 수련 때 이런 느낌이면 굉장히 상쾌할 것 같다.
뒤늦게 일을 마치고 들어온 집사람이 울분을 터뜨린다.
알바 담당 업체에서 이마트 담당자에게 인사차 전화를 해야 한다고 하여 전화를 하니
첫마디가 "근데요?"였다면서 억울함의 눈물까지 흘린다.
'모두들 각자 힘든 시기를 겪는구나.'
아들내미는 집사람에게 한 소리를 들었는지 또 망부석이 되었다.
낮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묻자 말없이 눈물만 흘린다.
'집에 분수가 둘.'
호흡 수련 시작.
양반다리로 앉아 힘을 빼고, 코와 가슴을 오가는 숨을 바라본 뒤
단전을 바라보며 오가는 호흡에 집중한다.
약간의 잡념이 스치고 눈이 감긴 것이 인지된다.
눈이 감긴 것을 인지하는 순간에는 잡념도 살짝 가미되는 것을 알게 됐다.
며칠간 수련하면서 눈이 감길 때마다, 흐린 잡념이 살짝 인지된다.
아니, 잡념이 흐려지면서 눈이 감기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조금 더 지나자 꾸벅 벌떡 시작.
호흡은 아까 소파에서 느꼈던 느낌이 오지 않았다.
자세 때문인지 집중의 차이인지 모르겠다.
조금 더 지나자 호흡이 좀 더 원활해져 간다.
소파에서 느꼈던 느낌 만큼은 아니지만 점점 나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조금 더 지나자 허리가 아프기 시작.
벽을 등지고 앉아 다시 호흡에 집중한다.
꾸벅 벌떡은 심해지고 꿈결 같은 느낌은 오지 않는다.
꾸벅하고 벌떡 할 때, '호흡을 놓쳤나?' 싶어 단전에 드나드는 호흡에 집중하니
왠지 머리가 상쾌하게 맑아지는 것을 순간적으로 느꼈다.
마치 물 위에 잉크가 쫙 퍼지는 느낌으로 맑음이 아주 잠시간 스쳤다.
꾸벅 벌떡하는 순간, 호흡에 집중하지 못한 것도 순간적으로 인지 된다.
꽁꽁 묶었던 밧줄이 느슨하게 풀려 걸쳐져만 있는 느낌처럼 집중이 풀린 것을 느낀다.
평소에는 그렇지 않았는 데, 이제야 인지하게 된 것인지 아니면 오늘만 그런 것인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것 같다.
그렇게 수련에 애쓰고 있을 때
방 밖에서 딸랑구의 기침 소리가 들리고, 점점 심하게 기침하기 시작한다.
딸랑구와 같이 자던 집사람도 깨어, 병원 세 군데를 돌아 약을 지어 먹이고 기침 패치까지 붙였는 데도 소용없음에
의사들이 돌팔이들 밖에 없느냐며 버럭 한다.
'음... 오늘의 수련을 마칩니다...'
+
<서영랑 선생님 말씀>
○ 꾸벅하고 벌떡 할 때, '호흡을 놓쳤나?' 싶어 단전에 드나드는 호흡에 집중하니 왠지 머리가 상쾌하게 맑아지는 것을 순간적으로 느꼈다
⇒ 정신이 맑아지는 겁니다. 좋아요!
⇒ 호흡에 집중하니가 핵심! 잘 하시네요!
매순간 호흡에 집중하면 만사가 술술 잘 풀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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