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2시간 25분 수련.
현장에 끌려가 하차한 여파로 몸이 약간 쑤신다.
이렇게 라도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있음에 감사하기 vs 막돼먹은 회사 탓하기
답 없는 생각, 공하다.
나는 축늘어진 해파리다..라는 생각으로 자연스러운 호흡에 집중했다.
몸은 알고 있다는 생각으로 몸이 하는 호흡에 의식을 맡기려고 했으나, 자꾸 의식이 호흡을 지배하려 한다.
뭔가 욕심이 생겼다는 게 인지 된다.
어제 호흡수련이 짧아서 그랬는지, 빨리 제대로 기를 쌓고 싶어선지, 둘 다 일지도 모르겠다.
모르겠다가 아니라 맞다.
욕심을 내려놓고자 호흡을 몸에 맡기기려 애써보며, 단전은 의식하지 않으려 했다.
의식이 호흡을 지배하려 할 때 단전을 의식하면
자꾸 힘을 주는 것이 느껴지고 단전 부위가 딴딴하게 긴장하는 게 느껴져 불편하다.
그렇게 애쓰는 사이, 나도 모르게 눈이 감긴 것을 인지했다.
드디어 꿈결같은 비몽사몽 상태가 오는 것인가! 라고 생각하자 욕심이 차오르는 게 느껴진다.
잠심하고자 생각을 놓아본다.
그러니 이젠 몇 차례 꾸벅 벌떡 상태가 되었다가 드디어 꿈결같은 느낌이 왔다.
그 때 단전을 바라보며 호흡을 하면 느낌도 좋고, 순하며 정확한 숨결이 단전을 드나드는 것이 느껴진다.
하지만 매우 짧은 시간에 그 느낌이 깨졌다.
욕심을 부린 것이 인지된다.
반가부좌한 다리도 풀고, 마른 목도 물을 마셔 달랬다.
날씨가 서늘해질 수록 호흡 중 목이 건조해지는 게 점점 심해진다.
가습기를 틀어야 할 때가 오는 것이다.
이번엔 벽을 등지고 앉아 두 번째 수련에 들었다.
이번에도 꾸벅 벌떡 하길 몇 차례.
너무 졸린 느낌에 몇 번 수련 끝내고 잘 뻔 했다.
그 때마다 잠에 지지 말자는 의지가 솟았다.
잠옷 허리밴드가 아랫배를 조여서 인지, 열어둔 베란다의 찬공기가 가까워서인지 모르겠으나
호흡 할 때 단전이 단단해지며 마치 꿈틀대고 꼬이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고 순한 호흡을 하라는 가르침을 들었기에
그 상태로 애쓰는 건 아닌 것 같아서 바로 몸을 풀고 잠시 누워 진정시켰다.
진정 된 것이 느껴져 다시 세 번째 수련.
꿈결 같은 상태는 오지 않았다.
꿈결 같은 상태일 때 호흡이 순하고 정확하게 된다고 느껴지는 걸 보면
호흡수련, 즉 단전 호흡으로 정신을 밝히는 것은 트레이딩 카오스에서 말하듯이 '멍청한 좌뇌'를 쓰지 않는 습관을 들여 기뇌와 우뇌를 쓰는 법을 몸으로 '체득'하는 일이 아닌 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깨어있는 상태와 잠든 상태의 그 오묘한 혼돈의 가장자리, 99.9999999도로 끓는 변화의 지점 그 바로 앞에서 멈춰서는 연습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봉우할아버지 좌우명이라는 거거거중지 행행행리각은
빌 윌리엄스 선생님께서 트레이딩 카오스에 쓰신 "트레이더는 '가지고, 하고, 되는 것'이 아니라 '되고, 하고, 가지는 것'이다" 말과 일맥상통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를 깨달은 사람들을 모두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그 지점이 도에 들어서는 시작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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