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3시간 45분 수련.
일요일인 만큼 늦잠자며 늘어지고 싶었으나
식구들이 아침 먹으라며 깨운다.
스프에 식빵, 감자샐러드, 햄.
아들내미가 좋아하는 아메리칸 스타일 식사를 마치고
집안 청소와 선풍기 정리를 한다.
냉기가 흐르는 계절이 왔으니까.
어제 만든 탕후루를 애들이 먹으면서 여기저기 흘린 설탕이 녹아 바닥 여기저기기 끈적거린다.
열심히 바닥을 닦고 조금 숨 돌렸다가 어항 물도 갈고 화장실 청소도 약간해두고 하루 내내 바쁘다.
오늘의 천명은 청소인가보다.
명명학교 단톡방에 어제 호흡수련 소감을 남겼다.
교감선생님께서 응원을 해주시면서 하루 4시간 씩 불휴불식하면 2년내에 옥침을 열고 가신다고 하신다.
특별히 빨리 뭔가를 이루고 싶다는 생각은 없으나 제대로 해보고 싶기에 노력하고자 한다.
저녁을 먹고 7시쯤 호흡 수련을 해봤다.
저녁을 많이 먹고 소화도 안된 상태에서 앉아 호흡 수련하려니 뱃속에서 꾸륵꾸륵 소리가 요란하다.
'나는 축처진 해파리다..'라고 생각하며 힘을 빼고 호흡을 시작했다.
배가 불러 숨을 많이 들이마시기 곤란하기에 짧은 호흡을 천천히 순하게 했다.
조금지나자 소화가 된 건지 호흡을 좀 더 크게 할 수 있었다.
역시나 꾸벅 벌떡 단계가 왔다.
너무 졸립기에 호흡 수련을 멈춰보니 꼴랑 37분 지나있었다.
조금만 누웠다가 씻고 제대로 시작해 볼 생각으로 침대에 누웠다.
그러다 잠깐 선잠이 들었는데, 또 다시 몸은 자고 정신이 깬 상태가 찾아왔다.
옆으로 엎드려 누운 몸은 순하고 큰 숨을 쉬었다.
그때 단전을 의식 해보니 뜨끈하고 기분 좋은 호흡이 드나들었다.
'이거구나!' 하고 생각하다 잠에서 깼다.
씻고, 아이들도 각자 방에서 일과를 마무리하는 걸 본 뒤, 본격적으로 호흡 수련을 시작했다.
선잠 때 느낀 순하고 큰 자연스러운 호흡을 해보고자 했다.
자는 것처럼 호흡을 해보고자 했기에, 처음엔 아이들이 새근새근 자듯이 호흡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꿈결 같은 느낌이 욌다.
'이거?! 통하는건가?' 생각하며, 방법을 찾은 것 같아 기뻤다.
꿈결같은 느낌이 왔으니 단전을 바라보며 선잠 때의 호흡처럼 숨을 쉬었다.
오~ 자연스럽고 순하면서도 평소보다 큰 호흡이 기분 좋게 단전을 드나들었다.
특히 날숨 때는 마치 스폰지를 통과하는 물 같은 느낌이 왼쪽 옆꾸리 쪽으로 흘렀다.
단전만 잡고서 호흡하는 데, 왼쪽 옆구리로 흐르는 느낌이 드니 호흡을 제대로 하나보다 하고 생각했다.
최근에는 평소에도 가끔, 왼쪽 옆구리가 살짝 아픈건지 결린 건지 싶은 느낌이 잠시간 들다 사라지다를 반복하고 있다.
'좌협쪽으로 가긴 가나?' 생각하며 호흡을 하다보니
반가부좌 한 다리가 저려오며 불편해지기 시작한다.
양반다리로 바꿔 앉고 다시 시작했다.
조금 있으니 왼쪽 옆꾸리에서 명치를 향하는 중간에서 느낌이 온다.
'좌협도 통하지 않은 것 같은데 또 내가 설레발이구나'하는 생각을 잠깐 하다 다시 호흡에 집중하려 했으나 수월하지 않다.
조금 있으니 오른쪽 옆구리에서 느낌이 있다?!
읭? 하면 손으로 짚어보니 오른쪽 옆구리가 아니라 오른쪽 고관절 쪽이다.
자세가 불편하니 호흡이 틀어진 모양이다.
잠시 침대에 누워 몸을 풀었다.
다시 반가부좌를 하고, 꿈결 상태에 빨리 들어서고자 아까처럼 쌔근쌔근하는 호흡을 했지만, 왠걸.
호흡이 수월치 않다.
뭔가 갑갑한 느낌이 들어, 가슴으로 크게 숨을 들이마시니 마치 쪼그라든 풍선이 쑤욱 부푸는 듯한 느낌으로 가슴이 커진다.
단전쪽으로도 숨을 들이마시며 아랫배를 부풀려본다.
가슴과 아랫배가 한 번씩 움직이니 숨은 조금 원활해졌지만, 선잠에서 느낀 호흡을 할 수 없었다.
'속이 채워져서 숨이 안들어가는 건가? 뭘까?' 하며 애쓰다보니 이제 목까지 호흡이 들어차 상기되기 직전인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고관절과 다리, 발, 등허리 아랫부분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다.
'아 망했구먼...' 생각하며 수련을 마치니 4시간을 못채운 상태였다.
오늘 수련은 용두사미가 아닐까?
트레이딩 카오스에서 말하듯이 멍청한 좌뇌는 모든 일을 망친다.
안되는 머리로 뭘 해보려니까 망친 것 같다.
내일부터는 흐름에 맡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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