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2시간 1분 수련. ♡♡
퇴근하니 집사람이 산적과 전을 부치고 있다.
추석도 지났는데 왠 전이냐고 물으니 재료가 남아서란다.
아들내미가 늦게 학원에 가있는데 비가 갑자기 왕창 쏟아진다.
우산 전해주러 가는 길 번개도 번쩍번쩍.
이러다 벼락 맞는 것 아닌가 싶다가 로또도 안되는 데 벼락 맞을 일이 있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내미가 학원에서 나와 우산을 전해주니 수도꼭지를 점점 잠그는 것처럼 비가 점점 줄어든다.
하늘이 아들내미를 좋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호흡수련에 들었다.
방 밖에서 집사람과 애들이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소란스러웠다.
그러한 소란 속에서 수련할 수 있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용한 산 속에서 수련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산 속에서 수련을 마치더라도 사람들 있는 곳에 오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사람들 속에서 닦는 도가 높은 도라고 하는데 공감한다.
나는 축 늘어진 해파리다..라고 생각하면서 서서히 힘을 빼고 몸이 호흡하는데로 내버려둔다.
오늘은 왼쪽 옆꾸리가 조금 아픈 느낌이 있다가 없다가 했다.
조금 뒤 호흡이 편해지기에
단전의 풀무 구멍에 정신을 집중했다.
천천히 부드럽게 그리고 정확하게 맞추고자 노력하다보니 또 나도 모르게 눈을 감는다.
그래도 조는 것이 아니라 이젠 눈이 감기는 순간도 정신이 깨어있다.
그래서 '아 눈이 감겼구나'라고 바로 알아차리고 눈을 슬며시 다시 뜬다.
그러기를 몇 차례를 거듭하면서 호흡하는데
집사람이 씻고 화장품 바르러 왔다 갔다 했다.
집중이 서서히 흐트러지면서 박자가 깨진 느낌이 들었다.
조금 아쉬웠지만 다시 정신을 가다듬어본다.
명명학교에서 구도순례 갈 사람을 모집하고 있는 데
가고 싶은 마음은 80%지만 집사람이 탐탁치 않아하여
그냥 있었다.
집중이 흐트러지자 구도순례를 같이 가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꽃을 피우며 이런저런 상황을 머릿 속에 소설로 쓴다.
조금 후 반가부좌한 다리가 저려 반대로 바꾸는 데 새끼발가락 발톱이 좀 떨어져 나왔다.
손으로 잡아 뜯으려다가 발톱깎기를 사용했다.
그렇게 일어선 김에
이번엔 벽을 등지고 두 번째 호흡수련에 접어들었다.
나는 축늘어진 해파리다..라면서 힘을 빼며 몸이 호흡하는 데로 두고 호흡이 편해지길 기다린다.
갑자기 f(x)의 라차타가 머릿 속에 울려퍼진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차에서 들어서 떠오른 모양이다.
저항하지 않고 배경음악처럼 울리도록 두고 다시 호흡에 집중한다.
호흡이 편해지고 다시 단전의 풀무 구멍을 찾는다.
천천히 부드럽지만 정확하게 맞추고자 노력한다.
마치 단전으로 바이올린 켜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렇게 빠져드는 데 반개한 눈이 뒤집힌다는 느낌이 들다가 옆에 인기척이 느껴지는 듯한 느낌이 들기에
'귀신이든 뭐든 오던가 말던가 난 호흡이나 하련다.'라고 마음 먹고 집중하려는 찰나
소름이 확 돋으면서 정신이 번쩍하며 집중이 팡 깨졌다.
아쉬운 마음에 물 한 모금 마시고
다리를 풀고 푹 퍼진 채로 꿈결 같은 상태를 즐기려다
연정원에서 척추는 곧게 펴고 등은 둥글게 앉는 것이 정석이라고 했다는 얘기를 주워 읽은 기억이나서
다시 자세를 가다듬고 앉아 호흡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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