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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_수련일지

23년 12월 25일

by 힙합느낌 2023.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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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2시간 26분 수련.


크리스마스이지만 출근날인데, 눈이 많이도 내렸다.
나만 출근하는 듯, 길엔 사람도 차도 없다.

'조용하니 좋구먼.'

여유롭게 회사에 도착하여 청소를 한다.
누군가 출근해서 본다면 인지도가 올라가겠지만,
오늘은 인지도를 올려 줄 사람이 없다.

보든 안보든 무슨 상관인가, 결국 내 만족인 것을.
청소하고 나니 허리가 시큰거린다.

11시경, 신입 사원이 출근하여 밀렸던 업무 얘기를 나눴다.
12시가 되어 나는 퇴근, 신입은 당직 업무로 돌입한다.


집에 도착하니, 아이들은 쌓인 눈 속에서 놀러 나간 모양이다.
집사람은 아이들이 나간 지 1시간이 넘었으니 불러들이라고 한다.
아들내미에게 귀가하라는 연락을 했다.
잠시 뒤, 아들내미는 딸랑구를 눈에 파묻은 사진을 보내왔다.

집에 돌아온 딸랑구는 산타 할아버지가 줬다며 선물을 가지고 놀고 있다.
조잡한 캐릭터 패션 시계인데도, 딸랑구는 좋은 모양이다.
딸랑구는 애ㅍ워치를 원했지만, 초등학교 저학년에게 사주기엔 무리다.

"아빠, 산타 할아버지 언제 왔다 갔어?"

"요즘은 산타가 바빠서 AI로 드론 조종해서 선물 보내는데?"

옆에서 듣고 있던 집사람이 헛소리 작작하라는 눈빛을 쏘아붙인다.
아들내미는 "아빠, 산타가 있긴 있어?"라고 묻는다.

"있지."
'개념적으로도 있고, 믿는 사람들 마음속에도 있으니 산타로 현신하는 거지'


집사람은 아이들 방학에 여행가자며 브리핑을 한다.
집돌이인 나는 예스맨.


저녁 외식을 마치고 집에 도착하여 빈둥거리다, 기마 자세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마 자세를 잡으니 딸랑구가 "엄마! 아빠 또 이상한 자세해!"라며 신고한다.
집사람은 "또 방구 뀌려고 자세 잡냐. 니 방에 들어가서 뀌어라."라고 한다.

'너희들이 내 맘을 알겠냐.'


씻고 일과를 마무리 하면서, 갑자기 《봉우일기》를 검색하고 싶어졌다.
검색을 해보니 알라ㄷ에 절판된 1권, 2권이 중고로 그럭저럭 살만한 가격에 나와있다.
1권부터 5권까지 샀는데, 판매자가 다 달라 택배 가격이 만만찮다.
주문해놓고 보니, 절판되지 않은 4권 5권을 사서 회사에 보관하고 있던 것 같기도 하다.
하도 책을 이것 저것 사서 쟁겨놓다보니 확실하지도 않다.


호흡 수련 시작.

벽에 매트를 깔아 빈백 소파를 놓은 뒤, 이불을 덮고 자세를 잡는다.
자연스럽고 순한 호흡을 하고자 하면서 단전을 바라본다.

잠시간 잡념이 오가지만, 호흡을 바라보는데 집중한다.
호흡이 짧고, 배가 접히는 느낌이 들기에 자세를 바로 잡는 시간을 갖는다.

수긍할 만한 호흡이 오가는 자세를 확정하고,
본격적으로 단전을 오가는 호흡을 집중하여 바라본다.

몸에게는 '무위자연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그러자 몸은 푹 풀어지고, 오가는 호흡이 점점 순해지는 것을 느낀다.

순한 호흡이 오가자, '일호일흡에 집중'이 떠올랐다.
그래서 일호에 집중하고 일흡에 집중했으나, 오히려 힘이 들어가는 역효과가 났다.
그래서 다시 순한 호흡만 집중해서 바라본다.

점점 호흡만 남게 되고, 눈이 점점 감기는 것을 실시간으로 인지한다.
그 느낌이 너무 편안하기에 굳이 눈을 뜨지 않는다.
호흡은 알아서 길어진다.

그 상태로 호흡에 몰입한다.
오가는 호흡을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아니, 놓치지 않은 것 같다.

순간 기침을 하면서 몰입이 깨졌다.
목이 상당히 건조하기에, 옆에 떠다 놓은 물을 살짝 마신다.

이마엔 땀이 흐르고, 손바닥은 뜨거울 정도로 열이 난다.
손바닥을 뒤집어 열이 발산되도록 하니 시원한 느낌이 상쾌하다.
그러다 문득,

'열도 에너지잖아, 지금 에너지 내다 버리는 건가...' 싶기에 다시 손바닥을 원위치한다.


다시 호흡에 집중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 이미 한 계절(몰입한 호흡의 주기)은 지나갔지만,
겨울은 씨앗이라고 하니 내 몸에 어떻게든 저장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제 다시 새로운 봄(몰입하려는 호흡의 주기)을 맞이하겠지만,
지나간 봄과 똑같지는 않을 것이다.

역시, 그렇다.
잡념이 판을 치고, 음심마저 씰룩 씰룩 솟아오른다.
그런 상태에서도 호흡에 몰입하니 30분은 금세 지났지만, 수련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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