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 밤 2시간 15분 수련.
주말은 마음속 큰 덩어리에서 감정만 쳐낸 것 같다.
못난 생각들이 올라올 때마다,
올바른 방향을 선택하면서 감정들을 쳐내니
결국, 조그마한 약간의 사실들만 남았다.
그 약간의 사실들은 받아들이기에도, 놓아버리기에도 부담이 없다.
그 사실들을 잘 정리해 전하면
상대방이 쉽게 알아들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엔 부장님께서도 걱정되셨는지
따로 불러내어 그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신다.
주말에 마음을 잘 정리하였노라며 걱정 마시라고 말씀드렸다.
부서원 넷이 모여, 그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
"내가 화만 냈다는 얘기에 대해 생각해 보니,
나는 켜켜이 쌓아두다가 폭발하는 식으로 얘기하는 성격이라
격앙되게 말을 하기에 상대방은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그 점에 대해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또한 '그래, 담배 먼저 폈다. 뭐 어쩌라고. 시키는 대로 하면 되잖아.'라는 뉘앙스로
들렸기에 흥분이 앞섰던 것을 인정합니다."
사과를 먼저 전하니, 남는 건 연민뿐이었다.
이후 이야기는 쉽게 흘렀다.
집사람이 출근 전 딸랑구 방을 보니 베란다에 또 물이 들어찼다고 톡을 보냈다.
삼재~ 삼재~ 악삼재~
사건, 사고는 이제 지겹다.
퇴근 전, 신입 사원의 얼굴이 어둡다.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어도 적극적인 대답을 하지 않는다.
'내일은 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오늘의 호흡 수련 시작.
앉아서 발목을 휘, 휘 돌려주고 털어줬다.
아무래도 오래 가만히 앉아 있는 자세이다 보니 스트레칭부터 해야 할 것 같다.
방 밖에서는 아들내미가 딸랑구에게 체스를 가르쳐 주며 놀면서
서로 까르르한다.
활 쏘는 자세로 왼쪽, 오른쪽, 대각선 위로도 각각 두 번씩 자세를 잡아본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디서 주워 본 자세 같은데, 나름 내 마음대로 개조해서 써먹는다.
반가부좌로 앉아, 허리를 곧게 펴고 앉아 크게 숨을 들이마신 뒤, 단전을 향해 숨을 내뱉는다.
'어라라?'
나도 모르게 고개가 숙여지고, 자연스럽게 허리가 굽어지며 호흡수련하던 자세가 된다.
단전을 바라보며, 몸이 자연스럽게 호흡하는 것을 지켜본다.
'단전 어디 갔어?'
단전이 사라진 것만 같다.
마치, 얇게 말라비틀어져 바닥에 붙어버린 듯한 그 무엇인 것 같은 느낌.
'기가 빠진 걸까? 요 며칠간 호흡 수련이 제대로 안되어서 그러나?'
.
.
'알게 뭐냐.'
단전이었던 곳, 단전이 있어야 할 그곳을 바라보며 호흡을 한다.
'일호일흡에 집중.'
말라비틀어져 있던 그 무엇에 숨결이 닿는 것이 느껴진다.
'따뜻하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말라비틀어져 있던 그 무엇이 살짝 부푼다.
숨결이 좀 더 닿기 시작한다.
시간이 더 지나자, 살짝 부푼 그 무엇은 점점 자리와 형태를 잡아간다.
그리고 이내, 내가 알던 그 단전으로 돌아왔다.
'반갑다.'
'일호일흡에 집중.'
전보다 더 자연스러운 호흡이 순하게 흐르는 것을 느낀다.
단전에서 기분 좋은 열기가 느껴진다.
시간이 지나자 단전이 점점 차오르는 것이 느껴진다.
호흡이 굵게 단전으로 흐르자, 그 사이 길에 '까끌까끌(?)' '톡톡 튀는 느낌(?)'
입 안에 넣으면 톡톡 튀는 그 사탕 같기도 하고, 지푸라기 자른 단면에 쓸리는 느낌 같기도 한 것이 느껴진다.
수련일지에 기록하기 위해 최대한 잘 느껴보고자 했지만, 이렇게 표현할 수 있는 게 전부다.
호흡에 더 집중하자 그 느낌은 녹아 없어진 듯하다.
'일호일흡에 집중.'
자연스럽고 순한 호흡이 원활하게 오가니 만족감이 크다.
다리가 불편해져 가는 느낌이 드는 것을 보니 대충 50분~1시간 정도 된 것 같다.
자세를 풀고 시계를 보니 1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잠시 침대에 누워 휴식을 하지만, 곧 다시 앉는다.
다리를 반대로 반가부좌를 하고 앉아서 호흡 시작.
창 밖에서는 바람이 강하게 불며 "쏴~ 쏴~"소리가 들린다.
문득 "손풍에 힘입는다."는 문구가 떠오른다.
윗 집은 똑. 똑. 똑똑. 거리는 소리를 낸다.
'모든 것은 내 마음으로부터, 호흡에 집중이나 하자.'
단전을 오가는 굵은 호흡에 다시 만족감이 느껴진다.
잡념이 떠오르고 꾸벅, 벌떡하기도 한다.
그래도 굵고 자연스러운 호흡은 유지된다.
그렇게 집중하는 동안, 문득 숨을 깊게 들이마시라는 뜻이 전해져 온다.
내가 생각을 떠올렸다기 보단, '뜻이 전해져 왔다'라고 표현하는 게 더 맞는 것 같다.
숨을 좀 더 깊게 들이마시고자 마음을 먹으니
몸이 알아서 두 배로 숨을 들이마신다.
자연스럽게 내뱉고, 시간으로 따지면 얼마나 될지 다시 들이마시면서 세어보았다.
편도 5~6초 정도 된다.
예전에 똑딱 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5~6초 들이마실 때와는 전혀 느낌이 다르다.
자연스러운 호흡이 두 배로 단전을 순하게 오간다.
그러자 마치 반으로 갈라놓은 말통에 물이 넘치면서 연쇄적으로 다른 말통도 물이 찰랑거리며 넘치는 것처럼,
단전에서 넘친 그 무엇이 퍼져(?) 나가는 느낌이 든다.
'아, 오늘도 물이 들어왔는가, 노 저어야지~'
그 느낌을 느끼면서 호흡을 하는 데, 잡념이 마구 끼기 시작한다.
'아... 안 돼!'
그리고 꾸벅, 벌떡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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