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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일지

24년 6월 4일

by 힙합느낌 2024.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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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시간 36분.

 

 

아침.

출근하는 길에 내려주기 위해, 나갈 채비하고 아들내미가 준비하기를 기다리는데,

아들내미가 장롱을 열었다가, 세탁실에 갔다가, 베란다에 갔다가,

이리저리 뭔가를 찾아 뒤지고 다닌다.

 

 

어제 집사람에게 마이 사건을 들어서 마이를 찾는다는 걸 알았다.

시간도 늦어졌는데, 알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아들내미를 보니 답답하다.

 

"너 지금 몇 월인데 마이를 찾냐!"라고 하니,

아들내미가 도끼눈을 뜨며 "학교에서 추워...!"하고 앵앵거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어제, 아들내미에게 "엄마가 마이 찾는 걸 이해 못 하면 네가 '학교에서 추워서 입으려고요'라고 해라"하고 말했던 걸

나한테 써먹는다.

 

그러면서 삐딱선을 타며 집을 나서기에 아들내미에게 한바탕 쏟아부었더니,

아들내미는 찔찔 짜면서도 도끼눈으로 째려보며 혼자 버스타러 간다.

 

아~ 아름다운 아침. 아름답다. 아름다워.

 

 

중학교 2학년이면 중이병에 걸린다는데, 질풍노도의 시기가 왔는가...

진즉 지나간 줄 알았더니만... 아니면 내 눈에 그렇게 보이나... 혼란하다 혼란해.

 

 

회사에서도 아들내미 생각만 맴돌아서 뭔가 집중이 잘 안 된다.

 

 

『성명규지』를 책사(冊寫)하는데, 본문보다 주석이 더 많다.

그림에도 골탕 먹고, 한자는 뭐... 너무 많아!

 

이제 앞부분 총론 보고 있는데, 내가 주역책을 보고 있는 건지... 뭘 보고 있는 건지... 정신이 혼미하다 혼미해.

안 그래도 김석진 선생님 주역책 보다가 정신이 혼미해서 미뤄뒀구만.

책을 읽고 머리에 남지 않는 게 너무 아깝다.

 

단학에 관련된 책들은 "수레에 가득 차고, 쌓인 책이 천정까지 닫는다"는 표현을 자주 쓰는 것 같다.

하긴 많긴 너무 많은 것 같긴 하다.

빈 수레들이 요란해서 그런가... 진짜 천기누설이라 벌 받을까 봐 그런가... 혼돈의 카오스.

엔트로피가 쌓이는 건 우주의 법칙인가봉가.

 

 

퇴근하면서도 아들내미와 어떤 대화를 해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집에 도착하니 나름 집안 분위기는 나쁘지 않기에, 아들내미에게 다가가 장난스러운 눈빛을 슬쩍 보냈으나 무반응.

 

저녁 먹는 동안, 집사람이 아들내미에게 조금 있다가 얘기 좀 하자고 예고를 한다.

 

저녁을 다 먹고 재활용 버리러 갔다가 담배 태우고 돌아오니,

집사람은 아들내미에게 무언가 열변을 하고 있는데, 집사람 성격에 꾹꾹 참아가며 말하는 것이 보인다.

그런데 아들내미는 핸드폰을 보며 만지작 만지막 거리는 모습을 보고 또 화가 솟는다.

 

"너는 대화할 때, 지금 게임을 하는 거냐 메시지를 보내는 거냐 뭐냐!"라고 한마디 하니,

"뭐가...!"라며 또 도끼눈을 뜬다.

"사람이 대화를 할 땐 서로 보면서 대화를 해야지, 지금 그게 무슨 태도냐! 유치원에서 그렇게 배웠냐!"

"뭐가...! 나 게임하는 데 엄마가 그냥 말하는 건데!"

 

"이 자식이, 안 때리고 오냐오냐 키워서 그러냐? 한 번 맞아볼래?"라고 하니,

도끼눈을 뜨고 벌떡 일어나 씩씩 거리더니

"때려봐! 때려봐!"하고 소리를 치는데, 그 소리가 너무 앵앵거려서 마음이 아프다.

차라리 버럭! 하고 기운이 팡 터지는 반항이었다면 차라리 마음이 놓였을 것을,

소심하고 조용한 힘없는 반항이라 '저래서 어떻게 살아나가려고 저러나' 싶어 마음이 아프다.

 

때려보라기에 "너 이리 와 이 새끼야" 하며 다가서니

뻐큐를 날리면서 "해준 것도 없으면서!"란다.

"그럼 나가! 이 새끼야!"라고 하니, 반팔 잠옷 차림에 신발만 신고 나간다.

 

'아니... 뭔...'

기운도 비실비실하고, 사리분별도 안 되는 저 놈아 저거, 사회생활 할 수 있겠냐 싶으면서 갑갑하다.

 

 

4~5살 즈음, "아빠 나 행복해~"하고 말하던 아들내미가 종종 떠오르는데,

오늘도 그 작던 아이가 떠오른다.

 

어제까지는 집사람이랑 투닥거렸는데, 왜 나랑 이렇게 됐나 싶다.

 

밤에 아들내미에게 "아빠가 소리쳐서 미안하다. 그러려고 그런 건 아녔는데."하고 말은 전했으나,

엎질러진 물이지 뭐.

.

.

.

정좌하고 앉아서 호흡 시작.

자연스러운 호흡을 하고자 한다.

깊고 순하게 호흡하니 위 뒷벽으로 가는데, 대맥이라고 하나? 그 배둘레 햄도 같이 반응이 온다.

그리고 곧 그 배둘레 햄뿐만 아니라, 왼쪽 옆구리 등등 가짜길로 영향받았던 곳들이 반응한다.

 

그래도 그냥 그런가 보다 하면서, 깊게 호흡하는 데에 집중.

위 뒷벽으로 호흡 흐름이 가는 것을 느끼는데, 그 흐름이 원활하지 않은 것 같으면

여지없이 허리와 등의 자세가 무너져 있다.

다시금 자세를 바로 잡으면, 위 뒷벽으로 가는 흐름이 다시 선명해진다.

아니면 내 착각일지도?

 

될 수 있으면, 벽에 기대지 않고 정좌로 앉는 습관을 들이려 한다.

발이 저려도 최대한 바꾸지 않고 버티는 습관을 들이려 한다.

아... 그런데 너무 저려.

발을 바꾸었다가, 다시 원상태로 했다가, 반가부좌로 했다가.

그러는 동안에 무릎 관절마저 아파오려 하는 찰나, 호흡의 느낌은 아주 원활하다.

그래서 의자에 앉아 호흡을 이어가다가 시간이 지나 다리가 풀려서 다시 정좌로 앉는다.

 

호흡 중 계속 방 문을 열고 누가 들어올 것만 같은 불안감이 엄습한다.

그렇게 불안감이 들 때마다 『단학비전』에 호흡의 안정상태를 벗어나면 불안감이 생긴다는 내용이 떠오르는데,

호흡이 불안정해서 그런 건지... 정신이 팔려서 그런건지... 하쿠나 마타타.

 

그래도 코끝에 집중하여 호흡을 이어가는 와중,

코끝에서 차가운 물 같은 것이 쑥 들어오듯 아주 차가운 느낌이 쑥 들어오기에 코피인 줄 알고 깜짝 놀랐다.

그런데 코피는 아녔던 모양.

그 시점부터의 호흡이 마치 잠심 되었을 때처럼 아주 가늘고 느린 호흡이 되었다.

그렇게 가늘고 느린 호흡인데도 깊게 마시니 위 뒷벽으로 술술 넘어가는데,

확실히 호흡이 오가는 것을 관망할 수 있었다.

 

'아... 호흡 따라다니라는 게 이런 느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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