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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일지

24년 4월 17일

by 힙합느낌 2024.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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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2시간 5분.

 

 

회사에서도 그다지 신이 나진 않고, 거슬리는 인간들은 계속 거슬린다.

건조해서 건들기만 해도 바사삭 부서질 낙엽 마냥, 내 마음은 그런 느낌.

 

 

집사람이 먹고 싶은 것이 없느냐며 톡을 보냈다.

웬일이냐고 묻자, 당근으로 6만원 벌었다며 자신은 돈 생기면 이렇게 챙긴다고 한다.

음...

 

 

이안 형님께서는 잠심은 그만하면 됐으니 길 찾으라는 조언을 해주셨다.

그동안 했던 호흡이 잘못된 방법이었을지라도 어딘가에 기운은 맺혀 있을 것이고,

그것이 명치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신다.

그래서 오늘부터 진도를 나아가기로 했다.

 

 

기원하기로 한 사람의 무탈한 앞날과 하는 일의 대성을 기원하면서,

활 쏘는 자세와 깍지 끼고 위로 쳐드는 자세로 몸을 푼 뒤, 짧은 호흡부터 몰입한다.

 

쑥 빨려들어가는 느낌은 아니지만, 평범한 정도로 몰입한 느낌이 들기에,

초수를 높여 진도를 나아간다.

 

초수를 높여도 몰입이 점점 깊어지고, 호흡은 느려진다.

그 상태로 시간이 흐르자, 호흡이 가늘어지면서 정말 실 같은 느낌이라고 느끼는 그 순간,

윗 집의 층간소음으로 집중이 살짝 흐트러지며 호흡도 엇나간다.

 

한 동안 윗 집의 층간소음이 이어져도 내 마음을 잘 다스리며 호흡에 다시 몰두하여,

다시금 몰입하려는 순간, 집사람이 잠 못 이루는 아들내미에게 하는 말소리에 몰입이 또 깨진다.

 

그래도 내 마음을 잘 다스리며 호흡에 다시 몰두하여, 다시금 몰입하려는 순간,

집사람 화장실 가는 소리, 탁자에 컵을 내려놓을 때의 날카로운 소음 등이 이어지며 몰입 또 깨진다.

 

그래도 내 마음을 잘 다스리며 호흡에 다시 몰두하여, 다시금 몰입하려는 순간,

세탁 완료 알림 소리가 들러더니, 집사람이 세탁물을 들고 방으로 들어왔다.

 

오 밤 중에 뭔 세탁이냐고 한 소리하고 호흡을 이어가려다,

차라리 빨래 널기를 도와서 빨리 내보내는 게 낫겠다 싶어서 빨래를 널었다.

그리고 제습기를 켜고 호흡을 이어가려는데, 제습기 소음이 심해진다.

 

그냥 저냥 호흡에 몰입하고자 애를 좀 써보다가, '아 때려쳐, 때려쳐!' 싶어져 시계를 보니 2시간 조금 지났다.

 

 

수련하라고 하늘이 보살펴주는 분도 계시더만,

나는 수련 때려치우라고 하늘이 방해하는 모양인가 싶다.

 

 

 

 

 

하지만, 굴하지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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