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2시간 33분 수련.
집사람은 알바 마치고 오자마자 쌍욕을 하며 시비를 건다.
설날 지나서 이혼할 준비 하라기에 그럴 바에 설날 전에 하자고 했다.
설날은 바빠서 안된다며 또 쌍욕을 한다.
하쿠나 마타타.
이안 형님은 코에 집중하고, 자연호흡하면서 티슈를 코에 댄 후 호흡을 해도 티슈가 흔들리지 않는 호흡의 그 속도를 느끼며 자연호흡하라고 하신다.
티슈를 찾았으나 우리집엔 티슈가 없었다.
그래서 주방에서 가장 얇은 비닐봉지를 잘라 테이프로 콧등에 붙였다.
기도 방석을 펴고 그 위에 양반다리로 앉았다.
느리게 호흡하면서 눈을 반개하니 코 부근에서 비닐이 하늘하늘 거리는 것이 보인다.
비닐이 흔들리지 않도록 천천히 호흡하니 숨이 막힌다.
조금은 크게 호흡하여 숨통부터 튼다.
그리고 서서히 몸이 적응하도록 점진적으로 느리고 가늘게 호흡한다.
나름대로 비닐이 덜 흔들리지만, 살짝 움직이는 게 보인다.
최대한 비닐이 안움직이도록 하면서, 코를 오가는 숨결에 집중한다.
한참 집중하니 목에 뭔가 걸리는 느낌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입은 전혀 벌어지지 않았는데 입안 깊숙한 곳에서 종종 공기 방울이 '톡' '톡' 터지는 소리도 난다.
벌써부터 유의미한 진척 사항이 있을 거라곤 생각 안 하지만, 일단 기록.
수련 마지막 즈음엔 코에 집중하는 데도 겉 배에 기운이 느껴진다.
아무래도 예전의 잘못 된 길이 다시 도진 모양이다.
그래도 코에 집중하며 하고자 했으나, 아무래도 무리하는 것 같아 중단한다.
천천히 가자, 천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