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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_수련일지

23년 12월 12일

by 힙합느낌 2023.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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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2시간 30분 수련.


11시에 부장님과 증평에 있는 장례식장으로 출발했다.
휴게소를 거치지 않고 바로 달렸음에도 14시경 도착했다.

본사 동료분을 만나 고인께 인사 올리고 접대실에 앉았다.

육개장이 차려지는 사이, 본사 동료분과 부장님 사이엔 무거운 대화가 오간다.
하지만 난 그사이 배가 고파  입안에 침이 흐른다.

어떠한 사람들은 슬퍼하고 무거운 사이,
나는 그 사이에서 배가 고픈 생각만 하는 상황에 괴리감이 든다.



퇴근 후 저녁을 먹고 재활용을 버리러 나와
담배를 태우면서 잠깐 차트를 살펴보다, 200% 날뛰는 종목을 본다.
오랫동안 마음을 비워 온 난, 아무 감정도,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 순간, 장자에서 읽은 싸움닭 장인 이야기가 떠올랐다.

<기성자(紀 子)가 왕을 위해 싸움닭을 길렀습니다. 열흘이 지나 왕이 물었습니다.
 “닭이 되었느냐?”
 “아직 안 되었습니다. 지금은 쓸데없이 허세를 부리고 자기 힘만 믿습니다.”

 다시 열흘이 지나 왕이 또 물었습니다.
 “아직 안 되었습니다. 다른 닭의 소리나 모습만 보아도 덤벼듭니다.”

 다시 열흘이 지나 왕이 또 물었습니다.
 “아직 안 되었습니다. 아직도 상대를 노려보고, 혈기 왕성합니다.”

 다시 열흘이 지나 왕이 또 물었습니다.
 “이제 됐습니다. 상대가 울음소리를 내어도 아무 변화가 없습니다. 멀리서 보면 마치 나무로 깎아 놓은 닭 같습니다. 그 덕이 온전해진 것입니다. 다른 닭이 감히 상대하지 못하고 돌아서 달아나 버립니다.”(「달생(達生)」 19 : 9) - 《장자》 오강남 편저>

'심재(心齋)인가? 마음을 굶긴다고. 호흡 수련이랑 비슷하구먼.'

요즘 온통, 호흡 수련으로 생각이 쏠리는 것을 보니 푹 빠지긴 한 모양이다.



호흡 수련 시작.

기도 방석에 반가부좌로 앉아, 활 쏘는 자세를 취해 간단히 몸을 푼 뒤
하늘의 기운을 모아, 산처럼 앉은 나는 축 처진 해파리.

방석과 반가부좌, 간만이다.
익숙한 도구를 든 것처럼, 몸에 착 감기는 이 맛.

정좌로 앉아서 호흡 수련을 하면,
미세하게 자세를 틀면서 호흡이 원활한 자세를 찾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다리가 저리고, 허리가 아프다는 단점이 있다.

'아... 그렇지... 이렇게 허리가 아파서 빈백 소파 샀었지!!'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하지 않나. 난 인간이다!

단전을 오가는 원활한 호흡을 느끼는 사이, 꿈결 같은 느낌이 찾아온다.

'역시, 자세 문제였나?'


꿈결 같은 느낌 속에서 호흡에 몰입하는 사이, 눈 감김을 인지했다.
눈을 살짝 뜨려고 해봤으나 잘 떠지지 않기에 구태여 뜨지 않는다.

오가는 호흡에 몰입하고 있으니, 어느새 자세가 무너져 허리가 잔뜩 굽은 모양이다.
다시 허리를 곧추세우며 호흡에 집중하길 반복하고 있으니, 허리가 아파져 온다.

허리가 아파지니 잡념이 살짝살짝 일어나지만,
마음속으로 '심재, 심재' 거리며 마음을 굶기고자 해본다.

그렇게 호흡에 집중하고 있을 무렵,
갑자기 아픈 허리 부위에 뜨거운 물파스를 바른 것처럼, 열감이 확 솟아난다.
가만히 느껴보니, 단전이 뜨거운 물파스를 쏟은 것처럼 열감이 확 일어난 것 같기도 하다.
핫팩 느낌과는 다르고, 마치 단전 개통되었을 때 2일간 지속됐던 열감과 비슷하다.

방석과 정좌는 역시 허리가 아프다는 것을 만끽하고 시계를 보니 1시간 지나고 있다.
일어나 몸을 풀고, 입술만 적실 정도로 물을 마신 뒤, 다시 반가부좌로 앉는다.

단전을 오가는 호흡에 초 집중하니, 의식이 금세 몽롱해진다.
몽롱해질 때, 아래로 내리깐 눈알이 위로 뒤집히는 게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자세가 불편해서인지 매끄러운 호흡은 오가지 않는다.
거의 버티는 수준으로 앉아 있다가, 다시 벽을 등지고 앉는다.


기도 방석을 벽에 붙이고, 엉덩이를 벽 쪽으로 밀착하여 다리를 뻗어 앉았다.
다리 밑엔 이불을 놓아서 바닥과 마찰하는 느낌을 없앴다.

자세가 잘 잡혔는지, 매끄럽고 긴 호흡이 곧바로 단전을 오간다.

'아, 이거지 이거.'

내일은 곧바로 이 자세로 호흡 수련을 해보고,
마찬가지로 매끄럽고 긴 호흡이 오간다면,
빈백 소파로도 이러한 자세를 찾을 수 있는지 연구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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