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 2시간 31분 수련.
아침부터 합체.
청소, 설거지 등 소소한 집안일을 한 하루.
집사람과 대화하면 말투가 까칠하다.
슬슬 평화의 시대가 종말을 고할 것이란 예감을 한다.
저녁, 집사람은 딸랑구를 씻기고 나와 머리카락을 말려주고
아들내미는 씻으며 하루 일과를 마무리 하는 중,
건조기의 건조 완료 알람이 울려 빨래를 꺼냈다.
빨래를 개는 데, 집사람은 드러누워 핸드폰을 본다.
"빨래는 나만 개나?"
"난 애 씻겼거든?!"
"하루 종일 청소하고 설거지 한 사람은 누군데?"
"그따구로 생색낼 거면 집어치워!"
열이 오른다. 이성을 놓는 것을 인지했지만,
단전 깊숙히부터 큰 소리를 꺼내 내지른다.
평화의 시대가 끝났다.
호흡 수련 시작.
반가부좌를 하고, 활 쏘는 자세로 몸을 푼 뒤
고개를 살짝 숙인다.
자연스럽고 순한 호흡을 하고자 하면서 단전을 바라본다.
잘 될리가 있나.
꿈결 같은 느낌을 끄집어내고자, 날숨에 몰입한다.
실패.
그냥 자연스럽고 순하게만 호흡하자고 마음먹으며 놓아버린다.
잡념이 몽글몽글,
<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10년 후를 다룬 다큐멘터리 내용이 떠오른다.
2009년 한국에서 교육받으며 자란 파키스탄 아이들,
2019년 비자 만료로 파키스탄으로 추방되었다.
자신은 한국인이라고 생각하며 살았으나,
말도 모르는 파키스탄으로 쫓겨나 제대로 된 일도 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
'내 코가 석자구만!'
호흡하다 보니 어느덧 꾸벅하며 뒤로 자빠질 뻔했다.
정신을 깨워 호흡에 몰입한다.
꿈결 같은 느낌 속에서 일호일흡에 집중한다.
일전에 느꼈던 '단전을 꿰뚫는 용'느낌이 난다.
오늘 다시 느껴보니, 막혔던 주사기 입구가 뚫려 밀대가 원활히 오가는 느낌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썩 신통치는 않다.
슬슬 다리가 아파오는 게 대충 45분~50분이 지난 모양이다.
시계도 볼 필요 없다. 바로 다리를 바꿔 앉아 호흡 수련을 이어간다.
호흡을 길게 해볼까 싶어 늘려보나, 힘이 들어가는 것 같아 그만둔다.
순하고 자연스럽게 호흡하고자 다시금 되뇐다.
오가는 호흡에 집중하다 보니 문득,
밥을 오랫동안 씹어 단맛을 느끼는 듯하다고 느낀다.
무릎이 시리고 아파온다.
다리를 펴고 무릎 부위를 흔들며 털어낸다.
관절은 털면 알아서 제자리를 찾는다고 주워 들었다.
다시 호흡에 집중.
시간이 흐르자, 다시 무릎이 시리고 아파온다.
시계를 보니 2시간 7분이 흘렀다.
3분을 마저 채우고자 다시 앉다가, 이불이 눈에 들어온다.
'이불 덮고 하는 사람들 사진도 봤는데, 이렇게 하면 되나...'
무릎에 이불을 덮고 앉았다.
오호, 따뜻하고 느낌도 제법 좋다.
3분을 채우고자 했으나 20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
서영랑 선생님 평론
나타난 현상에 대한 묘사를 아주 섬세하게 잘 하시네요.^^
전반적으로 수련을 잘 하고 계셔서 불휴불식에
수련시간만 좀 늘어나면 금상첨화! 일 듯 합니다. ㅎ
재가수련자 일 수련 목표 : 4시간 이상
정말 어렵고 힘든 목표인데 또 하다보면, 공부가 즐거워지면,
내 스스로 공부시간 늘리려고 애쓰게 될 겁니다.^^
행주좌와에 자투리 시간 모으는 것도 방법중 하나.
수련일기중 눈에 들어오는 문장이 몇 개 보이네요...
▷ '단전 어디 갔어?' 단전이 사라진 것만 같다.
⇒ 단전이 확장되어 커지면 단전이 사라진 듯 안 잡히더군요.
수련시간 늘려서 열심히 모아 확장된 공간을 채우면 다시 단전이 잡힙니다.
▷ 그냥 되는대로 호흡하자 마음먹고, 힘만 들어가지 않도록 애써본다.
⇒ 그렇게 비우고, 버리면 자연스레 채워지는데,
대부분의 학인들은 그 반대로 하더군요.
▷ 일부러 음심을 떠올리려고 해도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 정일집중이 제대로 되면 이렇게 됩니다. 굿!
매일이 그런 날이 될 때까지 고!
▷ 무릎에 이불을 덮고 앉았다.
⇒ 꼭 무릎은 덥고 하세요. 오랫동안 냉기에 노출되면 무릎 망가져요..
나이들면 더...
응원합니다!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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