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시간 8분.
먼 학교로 진학하여 버스를 두 번 갈아타야 하는 아들내미가 한 번만 갈아타도록
아침 출근길에 데려다주고 있다.
가다가 상습적으로 막히면서 신호가 늘어지는 구간이 있는데,
그러기 전에 시간을 잘 맞춰가야 한다.
아침에 준비가 점점 늦어지는 아들내미로 인해 오늘도 시간이 약간 지체되어 출발.
길이 1차로인 곳에서 좌회전 차로와 직진 차로로 분기되는 길목에
나는 직진 차로로 가고 있었다.
차로가 분기되는 지점에서 어떤 차가 좌회전 차로를 탈 요량인지 직진차로를 가로막고 버틴다.
신호는 직진 신호 후 좌회전 신호가 떨어지기 때문에 가로막은 차로 인해 신호를 놓쳐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무개념으로 차로를 가로막고 있는 차에게 꺼지라는 신호로 크락션을 길게 내뿜는다.
창문이 열기에 나도 창문을 열고, "지금 뭐 하는 거예요?"라고 하니
"좀 기다려" 란다.
단전부터 끌어올린 고함으로 "뭘 기다려!"라고 나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내뿜었다.
옆에 아들내미를 태우고 있지 않았다면 눈이 돌아가서 차에서 내려서 사람 하나 죽였을지도 모르겠다.
자기 편하자고 남이 불편을 감수라는 게 당연하다는 듯한 대꾸에 나는 깊은 속부터 분노했다.
나는 그런 부조리를 못 참는다.
아침부터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분노가 가라앉지를 않는다.
아침엔 옆에 타고 있는 아들내미가 놀랐을 까봐 분노가 풀려 괜찮은 척하고,
회사에서는 그런 일로 영향을 주기 싫어 괜찮은 척하고,
퇴근해서는 그런 일로 집안 분위기를 망칠 수 없어 괜찮은 척한다.
퇴근길, 그 또라이에 대한 저주가 마음속에 차오를 무렵,
구름 낀 하늘 사이로 태양 빛이 삐져나와 내 눈앞을 환히 비춘다.
'하지 말라고요? 나도 알아요. 자제하겠습니다.'
그래도 계속해서 분노가 욱욱 튀어 오른다.
.
.
.
4법, 6-6초.
호흡에 집중되어 아주 원활한 호흡을 하고 있었다.
방 밖에서 쾅! 하는 소리가 나기에,
저려오는 다리도 풀 겸, 확인하기 위해 일어나 비틀비틀 걸어 나가보니,
아들내미 방문은 닫혀 있고, 집사람은 식탁에 씩씩대며 앉아 있었다.
닫힌 아들내미 방에서는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집사람은 아들내미가 당최 이해가지 않는다며 씩씩대며 가슴을 친다.
세상에… 물과 불처럼 상성이 맞지 않는 건, 나와 집사람의 성격이라고 생각했으나,
이젠 성격이 맞지 않아 문제가 생기는 집사람과 아들내미 사이에서 고군분투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들내미는 말을 하지 않고, 집사람은 듣지 않는다.
왜 그러는지 눈에 보이나, 손 쓸 수 없는 데에서 무력감을 느낀다.
가만히 집사람의 얘기를 들어주다가 "그래도 이해해 보라"라고 하니,
"왜 내가 이해해야 해?"라고 한다.
"네가 어른이고, 엄마니까"
어제 딸내미가 보던 MBTI 책에서 아들내미 성격에 대한 특징을 좀 보면 도움이 되지 않겠냐고 했지만,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자 기준이라고 생각하는 집사람은 아마도 보지 않을 것이다.
다시 앉아서 호흡하려고 하니, 아침의 미친놈이 떠오르고 방금 전의 있었던 아들내미와 집사람의 갈등이 신경 쓰여
코끝에 집중할 수 없고, 호흡이 되질 않는다.
'할 수 있는 데까지만 하지 뭐'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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