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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시간 27분.
나는 입만 살아있는 것 같다.
나불나불. 나불이안불.
회사 구내식당에서 식사 중, 막내가 국그릇을 가리키며 "이게 뭐죠? 벌렌가?" 한다.
허연 벌레 같기도 한데, 한 두 개가 아니다.
곧이어, 신입도 국그릇을 보더니 "아... 씨... 나도 있네." 한다.
내 국그릇을 보니 없었는데, 숟가락으로 몇 번 휘저으니 여러 개가 두둥실 떠오른다.
유심히 보니 구더기 같기도 하다.
구내식당은 파리가 많이 날아다니는데, '혹시 식재료에 알을 깐 게 부화한 건가?' 생각하니
밥맛은 뚝 떨어지고, 머릿속은 혼돈과 공포다.
MBTI가 ISTJ인 신입은 점심시간 동안 계속 검색을 하더니 그 벌레의 정체를 찾아냈다.
검색어는 "김치찌개 벌레" 였는데, 사진을 보니 우리가 보았던 그것이다.
그 벌레의 정체는 '고추씨가 발아한 싹'이란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메슥거리던 속이 편안해졌다. 원효대사 해골물.
.
.
.
정좌 후 호흡 시작.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호흡을 하고자 했다.
처음엔 콧 속에 갇힌 숨결, 그래도 코끝을 오가는 숨결을 느끼며 집중.
서서히 날숨을 조절한다.
숨결은 점점 위 뒷벽길로 가는데, 얼마 전 통과했던 곳이 다시 막힌 듯하다.
한동안 호흡하다 보니 다시 통과하는 느낌이 든다.
또 저번처럼 길 찾기가 난해해지더니,
가짜 길로 가는 것인지, 위 뒷벽 길로 가는 것인지 분간이 안된다.
'나 또 욕심부리냐!'
호흡을 따라다니면 분간 안될 일이 없을 텐데,
호흡을 못 따라다니는 모양.
잡념 폭발할 때부터 알아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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