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구_구_수련일지

23년 11월 17일

by 똥닦는도인 2023. 11. 18.
반응형

밤 2시간 41분 수련.

 

 

첫눈이 왔다.

아저씨 셋이서 첫눈을 맞았다.

칙칙하다. 퉷.

 

 

<아들내미가 아픈 물고기가 담긴 물그릇에 산소가 부족해 보인다며

스포이드로 '뽀르륵. 뽀르륵'하고 공기를 불어넣었었을 때,

그릇에 담긴 물이 서서히 흐르기 시작했다.>

 

오전에 그 일이 떠오르자, 갑자기 

금냉법의 원리가 '찬 기운을 쓸어 올리면서 그런 대류를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명명학교에 이야기하니

서영랑 선생님께서 "자연의 원리는 하나란 생각이 든다"라고 하셨다.

이어서

「바를 正자에 그 원리가 다 들어있다고 봅니다...


지구(자연)는 머리(남극, 북극)가 차고(水), 배(적도)는 덥죠(火)
근데 인간은 자연과 반대로 되어 있습니다.


심장(火) 이 위에 있고, 신장(水)이 아래에 있습니다.
그래서 심장의 화기를 내리고 : 下(아래하)
신장의 수기를 올리면 : 上(위상)
자연과 하나 되어 바르게 된다 하여 바를 정(正 = 下+上)이 되었다고 봅니다.


제가 수천 년 전 글자를 만들 위치에 있었다면 
이 원리를 생각해서 바를 정자라고 했을 것 같습니다.


심장의 화기를 내리고 신장의 수기를 올리는 역할을 
우린 호흡으로 하고 있고 거기에 정신을 담아 하기에 
자연의 경지(신의 경지)로 갈 수 있는 것이겠죠..」라고 하셨다.

 

공감한다.

메아리, 비유, 자기 유사성, 프랙탈.

 

 

퇴근하여 집에 오니, 딸랑구의 볼이 발그레하게 물들었다.

아프든, 상기되었든, 어제 일의 연장일 것이다.

 

집사람은 딸랑구에게 어제의 설교를 이어갔다.

 

 

 

일과를 마치고 딸랑구가 씻고 나온 뒤,

머리를 말려주면서 표정을 보니 무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한 번 실수해도 괜찮아. 지금까지 잘해오다가 실수한 거잖아. 그러니까 괜찮아."

 

딸랑구가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안긴다.

이럴 줄 알았다. 마음의 상처가 생겼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집사람을 탓할 생각도 없다.

그냥 그러한 일이 일어났다.

 

 

 

호흡 수련 시작.

 

무릎에 이불을 덮고 반가부좌로 앉아, 활 쏘는 듯한 자세로 몸을 푼 뒤 고개를 살짝 숙인다.
자연스럽고 순한 호흡을 하고자 하면서 단전을 바라본다.

 

자연스럽게 호흡하고자 했으나,

단전의 정면으로 숨이 들어가는 것아 강한 느낌이 든다.

 

'순하게, 순하게.'

 

이내 순해지는 느낌이 들면서

단전과 코가 연결된 것처럼,

아니 단전이 폐가 된 것처럼 호흡이 드나든다.

 

이젠 그렇게 드나드는 것이 호흡이 아니라 '기(氣)'라는 것을 알 것 같다.

눈을 아래로 내리깔고, 단전을 향해 숨을 들이마시면 더 확실하게 느껴진다.

숨을 내뱉을 땐, 기운이 그대로 단전에 머무는 것도 더 확실한 것 같다.

지금까지는 이것이 그냥 '호흡, 숨'인 줄 알았다.

 

이렇게 '기'라는 느낌을 인지하자

호흡 수련할 때 그 느낌을 다루는 것이 좀 더 쉬워진 것 같기도 하다.

 

막 '기를 돌리고' 그런다는 얘기가 아니라,

호흡을 관조할 때 '순하고 자연스럽게'를 좀 더 쉽게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는 뜻이다.

 

 

그렇게 호흡을 바라보다 보니

눈 감김이 인지 된다.

 

꾸벅, 벌떡은 아니고

'졸다가, 호흡에 집중했다가, 또 놓치고 졸다가, 호흡에 집중했다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호흡이 순하게 오가면서 왼쪽 옆구리도 살짝 신호가 있을랑 말랑하다.

 

 

다리가 불편해지기에 휴식을 취하고자 시계를 보니 정확히 1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3분 정도 누워서 몸을 풀었다가, 다시 앉았다.

 

 

처음처럼, 단전을 향한 호흡이 강한 느낌이 들었으나

이내 순하게 오가는 느낌이 든다.

 

이번엔 잡념도 살짝살짝 떠오르고, 그중엔 음심(淫心)도 하나 끼어 있었다.

그래도 집중을 자연스럽게 호흡으로 돌리고자 한다.

 

잡념이 끼어서 그런지

꾸벅을 하는데, 뒤로 꾸벅한다.

요즘은 꾸벅할 때 자꾸 뒤로 넘어지려고 한다.

아마 언제 한 번, 뒤로 제대로 자빠질 것 같다.

 

 

한참 몰입 중, 윗집에서 소음이 들리기 시작한다.

 

'밤 12시가 다 됐는데...'

 

내 마음 안에서 악마가 꿈틀거린다.

 

'아~ 넣어둬, 넣어둬~'

 

그 악마를 왔던 곳으로 돌려보냈다.

 

 

그냥 내 호흡에 집중한다.

소리가 들리면, 소리와 함께 호흡에 집중한다.

잡념이 떠오르면, 잡념과 함께 호흡에 집중한다.

 

갑자기 단전으로 호흡이 원활히 흐르지 않는 느낌을 받는다.

 

'기가 차서 안 들어가나? 아니면 힘이 들어갔나? 그걸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뭐지?

 그걸 알 수 있나? 그냥 순하게 호흡해볼까? 아, 자세를 살짝 고쳐볼까?'

 

허리를 살짝 곧추 세워 자세를 잡으니 호흡이 다시 원활하다.

호흡에 집중하다가 허리에서 힘이 빠졌던 모양이다.

 

 

그렇게 호흡에 몰입하니

문득, 내가 호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라기보단, '내가 호흡인 것 같다'라는 표현이 더 적절한 것 같다.

 

그래, 그렇게 호흡에 몰입하니

내가 호흡인 것만 같았다.

 

몰입한 그 순간, 난 호흡이었다.

 

윗 집에서 소음이 다시 난다.

 

'난 소음 나는 곳에 존재하는 호흡이다.'

 

그렇게 내가 호흡이라고 느껴보니

'나'라는 존재로 호흡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겠다.

'이것이 있어, 저것이 있다'라는 얘기가 뭔지 알 것 같다.

 

'슬슬 미쳐가는 건가...'

반응형

'구_구_수련일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23년 11월 19일  (2) 2023.11.20
23년 11월 18일  (0) 2023.11.19
23년 11월 16일  (0) 2023.11.17
23년 11월 15일  (1) 2023.11.16
23년 11월 14일  (2) 2023.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