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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_구_수련일지

23년 11월 16일

by 똥닦는도인 2023.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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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2시간 2분 수련.

 

 

《황금꽃의 비밀》은 내 취향에 어느 정도 맞는 책이었다.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황금꽃의 비밀》들도 같은 내용을 재번역한 것인지 궁금하다.

유명한 책인지 같은 이름의 책들이 많다.

 

 

물고기는 결국 오늘 세상을 떠났다.

 

목감기 걸린 집사람의 기침이 심해졌다.

내 방 가습기를 떼어다주고, 석창포를 끓인 뒤, 따뜻하게 마시라며 한 잔 따라주었다.

 

잠시 침대에서 옆으로 누워 쉬는데,

단전에 핫팩 같은 열기가 느껴지는 것이 느낌도 좋고 오늘 수련의 기대감을 높였다.

 

'하긴, 이런 날이면 정작 본판은 별로였는데 또 기대하네.'

 

딸랑구 귀 움직이는 모자 고장,

아이들이 택배 온 것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새 상품을 버려 쓰레기통 뒤진 것 등은 내용 생략.

 

 

호흡 수련 시작.

 

반가부좌로 앉아 몸을 가볍게 푼 뒤,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자연스럽고 순한 호흡을 하고자 하면서 단전을 바라본다.

 

요즘은 고개를 살짝 숙인 채로 입을 다물면

꼭 부정교합인 것처럼, 어금니를 맞대어 다물어도 불편하고

앞니를 맞대어 다물어도 앞니에 무리가 가서 불편하고 아프기까지 한다.

그래서 입은 다물되 이빨은 살짝 벌리고 있다.

 

단전을 오가는 호흡을 제대로 느끼면서 관조한다.

순하고 자연스럽게 오가는 느낌이 좋다.

 

호흡을 신경쓰며 조절하는 것은 아니고,

몸이 알아서 하고 있는 호흡이 단전을 오가는 것을 제대로 집중해서 느껴보는 것이다.

그렇게 호흡에 몰입하니, 아랫배에서 살짝 느껴지던 힘도 완전히 풀리면서 호흡은 더 원활해진다.

 

눈 감김이 인지된다.

잡념을 떠올리면 꾸벅, 벌떡할 테지만

오늘은 잡념이 잘 떠오르지 않고, 호흡을 관조하는 것에 자연스럽게 몰입이 된다.

 

윗 집이 샤워하며 물소리를 내던, 쿵쿵거리던, 딱딱 거리는 소음을 내던, 고함치는 소리가 들리던

이상하리만치 감정이 일지 않는다.

 

방 밖에서 집사람과 아이들이 내는 생활 소음도

이상하리만치 거슬리지 않는다.

 

'와, 오늘 계 탔네.'

 

그렇게 열중하고 있는데,

다리와 허리는 딱 시간 맞춰 아파온다.

 

잠시간 누워 휴식하고

다시 호흡 수련에 집중한다.

 

완전한 몰입이 풀린 것이 느껴지지만

그래도 수월하게 다시 몰입할 수 있었다.

왼쪽 옆구리도 소식이 있다.

 

단전과 왼쪽 옆구리가 차츰차츰 빵빵하게 차오르는 느낌이 나다가

어느 순간 '뿌룩'거리는 소리가 살짝 나더니

빵빵하게 차오른 느낌이 서서히 사라지고,

또다시 빵빵하게 차올랐다가, '쀼익'하는 소리가 살짝 나더니 사라지고 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 또 다시 다리와 허리가 신호를 보낸다.

잠시간 누워 휴식하고 시계를 보니

밤 12시를 지나며, 수련시간은 1시간 52분을 지나고 있었다.

 

다시 자세를 잡고 앉아, 단전으로 다시 집중하려는 찰나,

방 밖에서 신경질적으로 다른 방문을 벌컥하고 여는 소리가 들리더니

집사람이 히스테리적인 설교를 한다.

아무래도 아들이 몰래 게임하다가 걸린 모양이다.

 

가만히 호흡하면서 상황 속에 존재하고 있었다.

 

집사람은 아이에게 감정을 쏟아낸 후 씩씩 거리면서 잠자리에 들었다.

집사람이 히스테리적으로 감정 쏟는 것을 간접적으로 들었는데도

내 몸이 긴장했는지, 단전에 땡땡하게 힘이 들어가 뭉치는 것이 느껴졌다.

 

내 몸이 긴장했는데, 당사자인 아들은 또 얼마나 감정이 상했겠는가.

분명 또 찔찔 짜고 있으리라.

 

'그래도 게임 중독인 건 맞지, 이 시간까지 게임하다 걸렸으면 혼은 나야겠지.'

 

단전도 땡땡하게 뭉쳤고, 상황도 상황인지라 호흡 수련을 마냥 이어가는 것도 마땅치 않기에

거실로 나가본다.

 

집사람은 씩씩 거리며 누워있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화를 낸다니, 참 난센스다.

 

거실에 서서,

가만히 그 속에 존재한다.

 

그런데 훌쩍이는 소리가 아들내미 방이 아닌

딸랑구 방에서 들린다.

 

딸랑구가 몰래 게임하다가 걸린 모양이다.

그러니 집사람의 배신감이 더욱 치달았던 것 같다.

 

딸랑구 옆에 누워, 가만히 다독인다.

울던 딸랑구는 어느새 잠이 들었다.

 

나와보니 집사람도 잠이 들었다.

 

'1시간 52분..., 그래도 2시간은 채워야지.'

 

아직도 아랫배에 힘이 들어가 뭉쳐있다.

호흡으로 살살 달래 보니, 달래지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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