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2 시간 23분.
새우 어항에 쓸 만한 스펀지 여과기를 사달라고 조르기 위해 검색하던 중 예전에 거북이 어항에 쓰던 여과기가 떠올랐다.
하여 간만에 꺼내 새우 어항에 넣어 가동을 하니 물살이 너무 세서 하나 남은 새우가 갈피를 못 잡고 괴로워하는 게 보인다.
예전에 달아두려다가 물살이 세서 넣어둔 걸 깜빡한 것이다.
본인은 그렇게 머리가 돌머리인 것이다.
에어컨 콘센트를 고정하는 부분이 부러져서 에어컨 콘센트가 위험하게 덜렁 거린다.
하여 수리를 위해 콘센트 수리 키트를 전격 구매했었다.
콘센트 수리 키트를 달려고 보니 콘센트 넓이와 수리 키트 넓이가 불협화음을 일으켜 맞지 않는 것이다.
마치 남자는 16살, 여자는 20살이라 애매하게 합이 맞지 않는 것처럼, 콘센트 넓이는 50mm인데 반해 수리 키트는 55mm~65mm였던 것이다.
때문에 본인은 쉬는 날이지만 회사에 전격방문.
혼자 있다가 들이닥친 본인을 보고 섬찟 놀란 후임에게 인사를 건네고 쇠톱을 집으로 빌려왔다.
그리고 콘센트 수리 키트의 나사 부분을 각 8mm 정도, 총 4개를 썰어재낄 작전에 돌입하였다.
톱질에 어울리는 걸그룹 노동요를 틀어놓고 톱질을 전격 개시.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는 개뿔. 속으로 욕을 욕을 쌍욕을 하다가,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톱질을 하다가 또 쌍욕을 하기를 2시간.
한 개당 30분을 썰어야 할 줄 알았으면 시작도 안 했을 것을..
중간에 톱질 소리가 아랫집에 울려 퍼지는 것 같아, 아랫집에서 쌍욕을 하며 본인 집에 들이닥치진 않았으나
소심한 본인은 1시간 정도 썰어 재끼는 와중에 슬금슬금 아랫집의 눈치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몸은 몸대로 힘들고, 마음은 마음대로 힘든 이중고에 시달리게 되었다.
어쨌든 나사 4개를 무사히 썰어재낀 인간 승리를 만끽한 후, 내가 다시는 쇠톱질을 하지 않으리라 굳게 다짐한 뒤 에어컨 콘센트를 당당히 열어재꼈다.
위풍당당히 수리 키트를 장착하고자 넣었으나 안 들어간다.
'이게 뭔?!'
하고 에어컨 뒤편으로 왕대가리를 쑤셔 넣어 살펴보니
콘센트 박스 좌상, 우하에 나사를 박는 부분이 있었던 것이다.
콘센트 박스 중간에만 고정하는 게 있는 줄 알았지 좌상 우하의 구녕은 꿈에도 본 적 없고, 유튜브에서도 본 적 없다.
좌상 우하 구멍에는 50mm 길이의 이도나사가 박혀있었는데, 아마도 콘센트를 고정할 때 쓰라고 예비되어 있는 것 같았다.
수리 키트를 썰어재꼈는데 맞지않아 황망했던 마음에 기쁨이 차오르며 콘센트를 박으려고 하는 데, 애매하게 고정되지 않는다.
대략 가늠해 보니 나사 길이가 60~65mm 정도는 되어야 할 것 같았다.
이렇듯 본인은 오늘도 개고생을 이어간다.
.
.
.
하복부 열림, 유기 12초.
유기.
유기는 숨의 전환점에서 퍅 뒤집으면서 들숨 굵기보다 날숨 굵기를 가늘게 하라고 했던 게 떠올랐다.
코에 집중하여 3-3초 호흡을 하다가
코와 입사이에 박하사탕 같은 차가운 기운이 강해지고 차가운 실처럼 오가기에 아랫배에 집중하여 호흡을 이어간다.
적당히 몰입되자 20분 타이머가 딱 맞아떨어졌다.
유기 12초로 전환.
들숨을 굵게 마시되, 혈이 가늘다니까 또 적당히 가늘게, 여리여리, 가볍게 마시고.
들숨 굵기가 그 모양이니 날숨은 더 가늘고 미미하게 내쉰다.
호흡에 몰입하니 기름 칠 한 것 마냥 쫙쫙 아주 좋다.
그렇게 호흡하다 보니 이 말이 딱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입식면면 출식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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