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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_구_수련일지

23년 11월 27일

by 똥닦는도인 2023.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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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2시간 25분 수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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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천명.

'죽어라~ 죽어라~'

 

아닌가? '견뎌라~ 견뎌라~'인가?

 

 

사무실에 도착하니 출근 시간 전인데도 전화가 하나 둘 계속 걸려온다.

 

월요일 오후에 회의를 했었지만,

부장님께서 오늘부터는 오전에 회의를 하자고 하신다.

 

오후에 회의할 것으로 생각해 자료 작성도 하지 않았건만.

 

 

부장님께서는 저번 주, 후임들이 대충 마무리 지어놓은 일을

내게 제대로 처리하라고 하신다.

왠~~지 손대면 일이 더 복잡해질 것 같아서 싫다고 하고 싶은데,

일전에 부장님께서 말하면 좀 따라달라고 하신 말씀이 떠올라 그러겠다고 한다.

.

.

아~ 제대로 벌집 쑤셨다. 내가~~~

왠~~지 이렇게 될 것 같더라니.

욕이란 욕은 다 먹었건만, 평소 같았으면 나도 흥분해서 같이 쌍욕을 했겠지만

요즘은 호흡 수련을 해서 그런지, 흥분 조절이 되어 감정이 그렇게 마구 치솟지 않는다.

 

담배 한 대 태우고 싶건만, 담배도 똑 떨어졌다.

다른 전화가 계속 이어져 온다.

 

사무실로 컴퓨터와 모니터, 복합기가 택배로 왔다.

부장님께 왠 것인지 물으니, 다른 부서 위원이라는 작자가 자기 집에서 쓸 컴퓨터를 사서 설치해 달라고 했단다.

 

그 와중에 장모님께 전화가 온다.

장모님 댁 문 앞에 반송된 택배가 와 있으니, 우리 집에 가져가고

택배 가지러 온 김에, 문 앞에 있는 다른 짐도 장모님 집 안에 넣어놓고,

베란다 화분에 물 주고, 대파 심어놓은 것 뽑아서 가져가라고 한다.

 

평소 이런 일은 집사람에게 전화했겠지만,

요즘은 집사람이 일한다고 나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

 

'할튼 당신 딸은 엄청 챙겨. 누군 일 안 하나.'

 

집사람에게 톡으로 장모님 댁 열쇠 어디 있는지 물었다.

 

잠시 뒤, 장모님께 다시 전화가 오기에 받으니,

"말 귀 못 알아먹어?"라고 한다.

 

이 양반은 왜 또 가만있는 사람 성질 돋우는가 생각해 보니,

집사람이 장모님께 '얘는 이렇게 시켜 먹는 거 싫어하는 거 알면서 왜 전화했냐'라고 한 것 같다.

 

집사람에게 뭔 얘기를 했기에 "말 귀 못 알아먹어?"라는 소리가 나오느냐고 하니

그렇게 신경 쓰이면 전화를 받지 말지, 뭐 하러 받아서 성질부리냐고 한다.

 

아니, 내가 언제 성질을 부렸냐고~

할튼, 이 모녀는 가끔가다 가만있는 사람 속 뒤집어 놓는다.

 

알고 보니 반송된 택배는

집사람이 돈 생겼다고, 처남에게 인스턴트 국을 택배로 보낸 것을 처남이 실수로 반송한 것이었다.

'할튼 지들 집 엄청 챙겨.'

 

오늘은 건물 정전이 예고되어 있어, 시간에 맞춰 서버를 내리고자 했다.

그런데 부장님께서 직접 해보시겠다며 옆에서 코치를 요청하신다.

맘 같아서는 내가 후딱 끝내버리고 싶은데, 하나하나 짚어주고 있자니 짜증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때, 위원이라는 작자가 자기 집 컴퓨터 어떻게 되어가냐며 부장님을 찾는다.

.

.

.

점심을 먹고 차에 기름을 넣고 다녀온 뒤

차 안에서 호흡에 집중해 본다.

흥분했는지 짧은 호흡을 하는데도 빨리 뛰는 심장이 느껴진다.

그렇게 호흡에 애쓰다 점심시간을 마친다.

 

오후, 아들내미가 학교 숙제해야 한다며 사진 몇 장을 프린트해 달라고 하여 뽑아 놓는다.

 

서둘러 퇴근하는 중에, 아들내미가 부탁한 프린트를 두고 온 것이 생각난다.

아들내미에게 급하게 필요한 것인지 물을 요량으로 일단 집에 간다.

 

청소, 설거지 후 아들내미에게 프린트가 언제까지 필요한지 물으니

내일 제출해야 한다고 한다.

 

퇴근 시간대라 차가 막히니 회사까지 걸어갔다 올 요량으로 나섰다.

중간쯤 가다 보니 비가 내린다.

 

"가다 보면 비도 올 수 있는 거고, 비 올 때 우산 없으면 비 맞는 거지 뭐,

 그런 걸 하나하나 연관시켜서 처량함까지 느끼냐?"

예전, 우울한데 비까지 맞으니 자신이 처량하다던 친구에게 내가 해준 말이다.

 

'고~대~로~ 돌려받았네.'

 

 

호흡 수련 시작.

 

반가부좌로 이불을 덮고 앉아 고개를 숙인다.

왼쪽 어깻죽지는 여전히 아프다.

 

허리 자세를 살짝씩 잡아가며 호흡이 원활한 자세를 찾는다.

최대한 순하고 자연스러운 호흡을 하는 데 집중한다.

 

한동안 뱃속이 걸리는 호흡이 오가다가

시간이 흐르자 이내, 매끄러운 호흡이 된다.

 

그제야 제대로 단전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잡념 없이, 호흡에 제대로 집중했다.

 

다리가 불편해지기에 잠시간 일어서서 몸을 푼 뒤

다시 벽을 등지고, 이불을 덮은 채 양반다리로 앉는다.

 

살짝 호흡이 흐트러진 느낌이었지만,

이내 아까의 매끄러운 호흡이 이어진다.

 

한참 집중하는 와중

뱃속에서 부글, 부글 소리가 난다.

조금 지나자 이내 설사 신호가 온다.

 

'호흡 수련하다가 화장실 가기는 또 처음이네'

 

볼 일을 마치고 다시 앉으니

매끄러운 호흡은 이미 도망가고 없다.

 

그래도 주어진 만큼 되는대로,

순하고 자연스럽게 호흡하고자 애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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