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_구_수련일지

24년 1월 9일

똥닦는도인 2024. 1. 10.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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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4시간 39분 수련.


신입 사원은 그 도둑질한 사람이 동해 쪽으로 발령 났다며 처분을 알려준다.
알 수 없는 회장의 판단, 알고 싶지도 않다.

흩날리는 눈을 보니, 겨울 영화 속에 들어온 것도 같다.

"꼭 컴퓨터 그래픽 처럼 눈이 내리네."


막내 사원은 또 되바라지는 행동을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 부장님께도 되바라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에, 내 안의 소인배가 출동한다.

부장님께서도 막내 사원의 변화를 인지하고 계신다고 하시면서,
꼼꼼한 신입에게 일을 넘겨주고, 막내 사원이 하는 만큼만 일을 조절하면 될 뿐이라고 하시지만,
내 안의 소인배는 "저 같으면 쟤 진급 안 시킵니다. 오히려 주임으로 강등시킬 판이에요!"라고 분노한다.

명명학교 단톡방에 총무님께서 올려주신 논어 내용이 떠오른다.
확실히 부장님은 군자, 나는 소인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부장님이 계심에 감사하기도 하고, 내가 부서장이 될지도 모를 미래가 깜깜하기도 하다.

'아직 닥치지도 않은 일, 사서 고민이다.'


딸랑구가 생일 선물이라며 그림을 선물했다.
'살빠지는 부적'이라고 쓰인 돼지 그림이다.
"역시! 뜨거운 효녀야~!" 라며 불효녀라고 놀려준다.




호흡 수련 시작.

벽 쪽에 매트를 깔아 빈백 소파를 놓은 뒤, 이불을 덮고 반가부좌로 앉았다.
자연스럽고 순한 호흡을 하고자 하면서 단전을 바라본다.

거칠고 뻑뻑한 호흡이 오가고, 뱃 살이 접힌 느낌이 든다.
호흡이 순해지도록, 몸의 힘을 최대한 빼고자 한다.

거친 호흡에 뱃속, 단전 부근이 따갑다.
호흡에 힘이 들어가는 것 같아, 주의를 기울인다.

좀 더 천천히, 천천히 해도 괜찮다는 마음을 갖는다.
오늘 내린 눈 발처럼 흩날리는 잡념 속에 헤매면서, 단전을 오가는 호흡을 바라본다.
소인배 같은 내 마음은 자꾸만 분노를 표출하려고 한다.

'마음먹기에 따라 분노는 없는 건데... 그래! 마음껏 떠들어봐!' 하는 생각이 스친다.

자꾸 억제하고 제어하려는 생각을 멈추고, 마음이 떠들고 싶은 대로 떠들도록 허용한다.
정작 멍석을 깔아주니 잡념은 주춤한다.

그러는 와중에 호흡은 순해졌지만, 아들도 다 씻고 나온 소리가 들린다.
지금 일어나면 매끄럽고 순한 이 호흡을 다시 얻는데 시간이 걸릴 것을 알지만,
아들의 여드름 약을 발라주고자 일어서고 시계를 보니 58분 지나고 있다.


다시 호흡 수련에 임한다.
역시 호흡은 살짝 거칠어졌고, 뱃 살도 다시금 접히는 느낌이 살짝 난다.
힘은 빼고, 자는 듯이 편안한 호흡을 하고자 한다.

정신은 단전을 놓지 않았으나, 고개가 자꾸 수그러져 거북이 처럼 되는 것은 놓친다.
수그러진 것을 인지할 때마다 천천히 다시 고개를 올린다.
.
.
꿈꾼 것 같은데...? 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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