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11월 29일
밤 2시간 38분 수련.
본격적인 초겨울 날씨.
밖에서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주고받기엔 바람이 차다.
하늘마저 옅은 회색을 섞은 하늘색처럼 건조해 보인다.
그래도 머리 위에 떨어지던 송충이가 없으니 편하다.
독감 걸린 아들은 크게 아파 보이진 않는다.
아니, 오히려 학교 안 가고 쉰다고 신났다.
좋겠다~. 부럽다. 나도 좀 쉬자.
《황금꽃의 비밀》은 제2부로 넘어갔다.
장자에는 호흡 수련에 대한 비유가 많이 스며있다고 하는데,
되짚어 생각해 보니 정말 그런 것 같다.
곤이라는 물고기가 붕새로 변하여 한 번 날면 6개월을 날아간다는 것이나,
참새, 뱁새가 크게 날아가는 붕새보고 "뭘 저렇게 날아가냐"라고 했다는 얘기나,
호흡 수련에 빗대어 생각해 보면 재밌다.
장자를 처음 읽었을 땐, 뜬금없이 6개월을 나는 새 이야기가 나오기에
'큰 깨달음에 대한 비유인가?' 생각하면서 읽으니 큰 무리는 없었다.
헌데, 호흡 수련에 빗대어 생각해 보니 또 다른 재미가 있다.
읽으려고 쌓아 둔 책을 모두 읽으면, 다시 한번 장자를 읽어봐야겠다.
10대, 20대, 30대에 삼국지를 읽으면 달리 보인다고 하듯이
모든 것이 그렇게 아는 만큼, 관심 있는 것이 보이는 것 같다.
우주의 규칙은 하나니까.
어제 빈백 소파를 사용하면서 여러 자세를 시도했었다.
1번 자세는 배가 접히는 느낌이 불편했고,
2번 자세는 누워서 하는 느낌이라 '호흡이 단전으로 잘 가나?' 싶었기에
3번으로 했었으나 방석과는 크게 다른 것 같지 않아서, 명명학교에 빈백 소파 사용에 대해 여쭤보았다.
"교감 선생님, 빈백 소파 사용 시 자세를 어떻게 잡아야 할 지 모호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어떤 자세로 활용하시는지 여쭙습니다."
"저는 무릎 통증을 줄이기 위해 주로 1번 자세로 합니다.
무릎 통증이 사라지니 수련의 질이 급상승! ㅎ
기울기는 100~120도 선에서 조절하구요.
시간이 가면 허리통증이 오는데, 그럴 때마다 기울기를 조금씩 크게 해서
허리가 받는 무게를 분산시켜 줍니다.
그렇게 하니 하결 초기에는 7~9시간을 빈백 소파에 앉은 채로 가능하더군요.
휴식도 앉은 채로 보내구요.
처음에는 적응하는데 어려웠어요.
수련 중 허리통증이 왔을 때, 이거 해결하기가 힘들었던 걸로 기억나요.
몸이 푹 파묻히다 보니 미세한 조절이 힘들었었죠.
그래서 조금 사용하다 안 썼는데, 어쩔 수 없이 쓰게 된 이후 적응하려 애썼고,
한화 충전재 보충한 이후 미세한 조절이 쉽게 되어 지금은 수련 필수탬이 되었어요..^^"
마산에 거주하시는 이승구 동지께서도 다음과 같은 의견을 주셨다.
"제가 산 빈백은 싸구려 2번 그림 같은 빈백인데,
저 자세로 있으면 호흡은 아주 편합니다. 너무 편하다 보니 금방 잠이 찾아옵니다.
그래서 허리 등 쪽에 쿠션을 바치고 하니 적당하니 좋습니다.
무릎과 아랫배의 각도가 클수록 호흡은 편합니다. 대신 초 집중력이 요구되는 것 같습니다. ㅎ"
빈백 소파에 앉아서 호흡 수련 시 심장이 뛸 때마다
보충재 알갱이가 "사라락, 사라락"하며 떨어지는 소리에 대해서,
서영랑 선생님께서는 "그런 기억이 없다" 하셨고,
이승구 동지께서는 에어 소파라 소리는 안 나지만 바람이 빠진다고 하셨다.
호흡 수련 시작.
서영랑 선생님 말씀대로,
빈백 소파에 1번 자세로 무릎에 담요를 덮은 채 앉았다.
허리 각도를 눕히니 몸은 편한데, 머리를 숙여야 하는지 세워야 하는지 모호했다.
그래서 허리 각도를 좀 더 세우는 형태로 잡고 머리는 살짝 숙인 자세로 임했다.
빈백 소파에 등을 기대고 호흡하니,
역시 심장이 뛸 때마다 보충재가 "사라락, 사라락" 거린다.
아마 서영랑 선생님과는 보충재 크기가 달라서 그렇지 않나 생각한다.
소리는 그러라고 놔둔 채로 호흡에 집중한다.
살짝 어색한 호흡 시간이 잠시간 흘렀지만, 이내 가닥을 잡았다.
빈백 소파를 호흡 수련의 완전 초심자가 사용하기엔 불편할 것 같다.
단전이 개통되고 단전까지 원활히 호흡하는 느낌을 안 뒤에 빈백 소파를 사용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몸이 편하니 오롯이 호흡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단전까지 짧은 호흡이 오간다. 호흡 크기를 키우는 데 크게 무리는 없을 것 같다.
잠잘 때 숨 쉬는 것처럼 호흡을 바꾼다.
"흡(날숨)"의 끝에서 덜컥, 덜컥하는 느낌이 난다.
호흡에 힘이 들어가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심장이 뛰는 느낌인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순하고 자연스럽게, 잠자는 호흡을 하고자 한다.
힘을 빼고 편하다는 느낌으로 호흡에 집중하고 있으니,
어느샌가 눈을 감고 있었다.
'분명 호흡에서 집중이 풀린 느낌이 없었는데, 언제 눈을 감았지?'
애써 눈뜨지 않고 감은 채로 호흡에 집중한다.
<끈적>
'끈적?'
담요에서 차갑고 끈적한 느낌이 들기에 눈을 뜨고 보니
콧물인지, 가래인지, 암튼 그것이었다.
'내꺼? 재채기 안 했는데?'
담요는 아들내미가 갖다줬는데,
갖다주면서 재채기를 한 것도 같다.
'오매~ 독감 바이러스 한가득!'
잽싸게 일어나 담요는 세탁물통에 넣고,
손을 벅벅 닦는다.
빈백 소파에서 본드 같은 화학 냄새가 나기에 창문을 연다.
그리고 이불을 망토처럼 두르고 빈백 소파에 앉았다.
찬 공기.
평소 찬 공기를 들이켜면 목감기에 걸렸겠지만,
호흡 수련 때 들이마신 찬 공기는 그럴 것 같진 않다.
'봉우 할아버지도 겨울 산속에서 여러 사람들과 모여 호흡하셨다고 했으니까~'
아까와 같이 큰 호흡을 이어간다.
단전까지 오가는 큰 호흡이 점점 원활해지더니,
이내 코가 뻥~ 뚫린 느낌이 들면서, 코부터 단전까지 굵고 큰 고속도로가 뚫린 것 같다.
호흡이 아주 시원하고 쾌활하게 단전까지 오간다.
'아~ 이 맛이지~!'
찬공기를 들이켜며, 단전까지 크고 원활한 호흡을 하고 있으니, 청량감 마저 든다.
머릿속이 정말 맑은 물이 된 느낌이다.
그 순간, 난데없이 지금까지 만났던 여자들 얼굴이 떠오른다.
사진을 보는 것처럼 떠오르기에 간만에 다시 보는 느낌으로 있다가,
'잡념! 잡념!' 하며 다시 호흡에 집중한다.
오랜만에 크고 시원한 호흡이 단전을 오가는 것 같다.
'꾸룩!' 하며 아랫배에서 공기 소리도 난다.
간만에 왼쪽 옆구리도 살짝 공기가 가는 느낌이 든다.
'왼쪽 옆구리가 한 동안 소식 없더니...'
글을 쓰는 지금도 왼쪽 옆구리가 여드름 나는 부위마냥 살짝살짝 아프다.
그렇게 호흡 삼매경.
정말 단전으로 숨 쉬는 느낌.
그렇게 단전으로 숨 쉴 때, 그 단전 부근에서 뭔가 우르륵 우르륵하는 액체 같은 느낌.
'피가 자아내는 느낌인가? 아니면 전기 자극인가? 이것도 잡념! 잡념!'
어느 새, 엉덩이가 쑤셔온다.
'아... 빈백 소파는 엉덩이가 쑤시는 구나.'
그래도 무시하고 호흡에 집중하고 있자니, 조금 후 몸이 알아서 엉덩이를 들썩 한다.
'알았다. 알았어. 쉰다. 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