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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_수련일지

23년 12월 16일

by 힙합느낌 2023.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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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2시간 15분 수련.


출근하자마자 회사 직원들이 모여 웅성거린다.
어젯밤 영업소 창고에 불이 났다고 하기에, 급한 대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뒤처리했다.


명명회 연말 모임이 있는 날,
눈보라처럼 눈이 많이 내리고 바람이 휘몰아친다.
날씨가 급격히 추워서 본격적인 겨울을 알린다.


퇴근 후 집에 도착하여 빨래를 개었다.
샤워하고 출발하려고 했으나, 시간이 여의찮아 곧바로 출발한다.

전철을 기다리는 중, 급행열차를 먼저 보낸다며 전철이 지연된다.
전철이 도착하여 승차한 뒤 이동 중, 눈이 오는 관계로 안전을 위해 서행을 하겠다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몇 정거장을 지나니, 또 급행열차를 먼저 보낸다며 한동안 멈춰서 있는다.

'전철이 막히네.'

명명학교 단톡방에서 "전철이 밀리네요."라고 보냈으나, 아마 전철이 밀린다는 말을 농담으로 받아들이실지도 모를 일이다.


사당역은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다들 각자의 연말모임에 가는 듯하다.
스마트폰의 지도 기능이 없었으면 약속 장소를 찾는 데 한참 애를 먹었을 것 같다.

약속 장소에 도착하여, 서영랑 선생님께 연락을 드리니 이동 중이시라며 '명명회'로 예약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 하셨다.
약속 장소인 식당은 그리 크지 않아서, 조금 둘러보니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실제로는 한 번도 뵌 적은 없었지만, 영상으로 뵈었기에 교장 선생님 얼굴을 알아보고 곧바로 인사하며 참여했다.

처음 뵙는 분들이지만, 어디선가 보고 만난 느낌이 들었다.
편하게 대해주셔서 그런 건지, 정말 전생의 인연이 있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런저런 도담이 오가고, 각자 한 해 동안의 수련 내용을 발표하는 시간이 왔다.
순간적으로 많은 생각이 오갔으나, "재미를 붙여가며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아... 놓아 버리며 비우겠다는 얘기를 안했네...'

그런데 이재영 동지님께서 내 속이 시원하게 뚫리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날 호흡이 요만큼이면 그만큼으로 자연스럽게 하면 된다."
"오늘 얼마만큼 하겠다, 이만큼 해야 한다는 생각을 놓아버리고 질리지 않도록 하는 게 좋다."
"'이번 생에 끝을 보겠다!' 이런 생각도 하지 말고, 할 수 있는 만큼, 되는 대로 즐겁게 하고,"
"그날 앉은 시간과 관계없이, 한 호흡이라도 정말 제대로 한 호흡을 했다면 만족하는 것도 중요하다."

말씀을 들으면서 '앗! 무위의 호흡을 말씀하시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호흡 수련을 하면서 머릿 속에 어렴풋이 자리잡아 가던 퍼즐 조각같은 단편적 생각들을,
일순간 짜좌작~ 맞춰 정리해주신 느낌이었다.

아...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 것이 아쉽다.
하지만 가슴 속으로 받아들였기에 난관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떠오를 것 같다.

'녹음 해 두면 좋았을 텐데!'

그렇게 발표가 이어지는 동안, 서영랑 선생님께서 사진과 영상을 찍으셨다.
괜히 쓸데없이 긴장하는 것이 느껴진다.

뒤늦게 박택상 총무님께서 참석하셨다.
서영랑 선생님께서 24년 명명학교 안건을 말씀하셨는데,
박택상 총무님께서 조곤조곤 팩트를 강력하게 날리신다.

'오매~'

단톡방에서도 성격은 대충 느끼고 있었지만, 서영랑 선생님께서는 나와 비슷한 (이상을 추구하는) 성격이신 것 같은데,
박택상 총무님은 생각보다 훨씬 더 현실적인 타입이셨고, 이러한 모임에서는 상당히 독특하신 캐릭터이신 것 같다.
두 분의 대화가 오가는 중,
마치, 순둥순둥한 아버지를 콕콕 짚어 다루는 어머니 같은 느낌을 받는다.

모임 자리에서 여러 동지분께서 야담, 야사를 말씀해 주시며 궁금증을 해소해 주셨고,
박병찬 동지님께서는 전생에 공부했던 사람들이 진도가 빠르다고 말씀해 주셨다.

서영랑 선생님께서는 랑만수련기 보는 분들이 적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아무래도 제대로 된 "법"을 접하는 사람은 우주의 비율상 적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깨달음을 구하고자 하는 마음의 씨앗을 가진 사람은 수도 없겠지만,
각자 연에 따라 (책을 포함한) 정보와 사람, 단체를 접할 것이고,
그중 정말 제대로 된 "법"을 전하는 사람, 단체를 만날 확률은 극히 작을 것이다.

호흡 수련을 접하고 '좀 더 젊었을 때 접하면 좋았을 것을, 하필이면 왜 40대가 넘어서 알게 됐지?' 싶었던 적도 있으나,
따지고 보면, 10대, 20대, 30대의 나는 그때 알맞은 내적 성장을 하고 있었고,
그 성장이 밑거름되어 40대에 호흡 수련을 받아들일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으로 이해한다.
10대, 20대, 30대에 접했으면 흐지부지 제대로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컸을 것 같다.

삼국지도 10대, 20대, 30대, 40대~ 나이대별로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 다르다고 하잖나.

'따지고 보니, 난 참 운이 좋잖아?!'

2차 자리를 파하고 귀갓길로 오르기 위해 걷는 중,
이재영 동지님께 "요즘 고민하고 있던 부분을 말씀해 주셔서 크게 공감되고 시원했습니다."라고 말씀드리니,
여러 가지 조언을 곁들어서 해주시면서 "낮에 호흡 수련을 하면 더 좋습니다."라고 말씀해 주셨다.

아쉽지만 모임을 마치고, 집에 도착.
집사람과 아이들은 이미 잠자리에 들어 조용한 집에, 도둑처럼 살금살금 조심스럽게 들어섰다.


호흡 수련 시작.

매트를 깔고 빈백 소파를 놓은 뒤, 이불을 덮고 앉았다.


모임에서 "기운이 쌓여 호흡이 들어가지 않을 때도 있겠지만, 자세 때문에 호흡이 들어가지 않을 수도 있을 텐데, 어떻게 하십니까?"하고 물었었다.

서영랑 선생님께서는 "저는 호흡 수련하려고 앉고 10분 이내에 호흡이 가장 원활한 자세를 잡습니다."라고 하셨다.

호흡 수련하면서 호흡이 원활한 자세를 찾고자 수련 내내 꼬물꼬물 거렸었으나,
오늘은 나도 호흡이 원활한 자세를 초반에 잡아 쭉 이어가겠다 마음을 먹고 시작했다.

자연스럽고 순한 호흡이 가장 잘 오가는 자세를 찾은 뒤, 단번에 집중했다.

잡념이 오간다.
서영랑 선생님께서 "세 가지 정신이 있는데, 하나는 단전에 집중하고 다른 정신은 또 다른 곳에 집중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그 세 가지가 하나로 모여 집중하는 것이…."라고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홍ㅇ학당에서 알려준 대로 똑딱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할 때도,
호흡에 집중하면서도 똑딱거리는 소리도 집중하다니 신기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보니 정신이 둘로 쪼개진 것이었다.

'정신 통일, 단전으로 정신을 하나로 집중...'을 되뇌며 호흡에 집중하니
점점 호흡이 매끄러워지면서 잡념이 사라져가는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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